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급속히 확대된 것은 기업 수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다. 납품대금을 지급하거나 가맹점에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등 기업 간 거래에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이용 시장은 신흥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물론 한국 역시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많이 받은 국가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수수료 지급 등에 활용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바레즈앤마살(A&M)이 스테이블코인 결제 활동을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전체 결제 추정액의 절반 이상은 기업으로 향했다. 규모로 따지면 2300억~3400억달러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사고팔 때 사용하는 거래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달러 등 법정화폐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작은 데다 다른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데도 편리해서다.
최근에는 기업 간 자금 이전이 새로운 활용처로 떠올랐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기업 간(B2B) 이전 규모는 1370억~1530억달러로 추산됐다. 용도별로는 서비스 수수료가 560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급여·보수(430억달러), 해외송금(370억달러), 서비스 대금(320억달러), 공급업체 대금(280억달러) 등의 순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소매 구매는 190억달러, 용도를 특정하기 어려운 결제는 580억달러였다.
기업으로선 거래 상대방에게 자금을 보내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에서 여러 금융회사를 거치는 기존 결제 방식보다 빠르게 자금을 이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두드러진다.
◇신흥국 넘어 선진국까지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신흥국에서 활발히 이뤄졌다. 수취 국가가 확인된 결제액을 기준으로 태국이 108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튀르키예(78억달러) 인도네시아(63억달러) 멕시코(61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고소득 국가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57억달러 규모였다. 한국은 구체적인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 시장 가운데 하나로 언급됐다. A&M은 한국에 대해 호주, 대만과 함께 “(신흥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close behind)”고 했다. 자국 통화 가치가 불안정하거나 은행 서비스가 낙후한 신흥국의 달러 확보 수요를 넘어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블록체인 거래는 돈을 받은 지갑이 어느 국가에 속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실제 돈을 받은 국가가 확인된 금액은 전체 결제 추정액의 13.5%에 불과했다. 송금국과 수취국이 모두 확인된 금액 역시 전체 결제 추정액의 3.4%에 그쳤다.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기업용 결제 플랫폼 리퀘스트파이낸스는 기업이 해외 거래처나 프리랜서로부터 받은 청구서를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회사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의 한 인력채용 업체는 중남미 프리랜서 80~100명에게 매달 10만달러 이상의 보수를 테더로 지급하고 있다. 글로벌 인사관리 플랫폼 딜을 이용하는 기업들 역시 해외 개발자와 컨설턴트 등 계약자가 청구한 용역대금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할 수 있다.
기업이 선뜻 도입하기엔 넘어야 할 문턱이 적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을 빠르게 보내더라도 현지 통화로 바꿔 은행 계좌에 넣는 데 시간과 수수료가 들면 이점이 줄어든다. 거래처가 스테이블코인을 받아야 하고, 기업의 회계 시스템에서 입출금 내역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김민승 디지털엑스 리서치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화폐를 교환하는 인프라가 확충되고 상환 안정성이 확보되면 기업의 자금 운용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국가별 규제와 자금세탁방지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쓰임새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