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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는 실패가 아닌 기록"…상처를 꿰맨 '수리의 미학'
'되돌리지 않는 수리'
카데르 아티아 서울 첫 개인전
'원상 복구' 대신 흉터를 직시
카데르 아티아 서울 첫 개인전
'원상 복구' 대신 흉터를 직시
알제리계 프랑스 작가 카데르 아티아(56·사진)는 후자의 방식에 주목해온 작가다. “흉터는 지워야 할 실패가 아니라 무엇을 겪었는지 알려주는 기록”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티아는 세계 미술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작가다. 2016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미술상인 마르셀 뒤샹상을 받았고, 올해 제6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전시에 나란히 참여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입주 작가로도 지냈다. 한국과는 2018년 광주비엔날레, 2021년 리움미술관 단체전 등으로 인연을 맺어왔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무제’다. 칼로 길게 그은 캔버스를 바늘과 실로 다시 꿰맨 평면 작품으로, 정교한 바느질 솜씨로 꿰맨 자국이 흉터처럼 화면을 가로지른다. 상처를 지우는 대신 흉터를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거울을 사용한 작품도 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검은 거울은 과거 유럽에서 액운을 막아준다고 믿던 물건이다. 작가는 그 매끄러운 표면을 칼로 자르고 긁어 상처를 냈다. 관객이 다가설수록 거울에 비친 얼굴은 길게 늘어나다 상처 난 자리에서 뚝 끊긴다. 거울 앞에 선 사람은 자기 얼굴 대신 우리 존재에 새겨진 상처를 보게 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아프리카 전통 가면을 본떠 만든 뒤 거울 조각을 촘촘히 붙인 ‘거울과 가면(Mirrors and Masks)’ 연작도 마찬가지다. 가면은 원래 얼굴을 가리는 물건이지만, 이 가면은 앞에 선 사람의 얼굴을 수십 조각으로 쪼개 비춘다. 사람은 여러 정체성과 자아를 동시에 품은 다면적 존재라는 작가의 생각이 담겼다.
일회용 비닐봉지를 색이 선명한 유리로 떠낸 조각도 나왔다. 마트나 약국에서 잠깐 쓰고 버리는 물건을 수백 년 가는 재료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구겨진 주름까지 그대로 옮겼지만, 그 속은 비어 있다. 갤러리 관계자는 “붙잡을 수 없는 순간을 어떻게든 남겨두려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1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