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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 생산 70년 만의 최저…영국은 새 산지로 부상
‘테루아’까지 바꾼 온난화
폭염·산불에 흔들린 와인 본고장
폭염·산불에 흔들린 와인 본고장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프랑스 농업·식량부는 2026년 와인 생산량이 약 34억L로 전년보다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포도·와인기구(OIV) 통계 등을 기준으로 하면 최근 70년간 가장 적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인 와인 산지인 보르도도 직격탄을 맞았다. 올여름 폭염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메독 지역 인근에서 7월 말부터 8월까지 산불이 잇따랐다. 포도밭 자체가 불타지는 않았지만 관광객 예약이 끊기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가뭄도 심각하다. 프랑스는 산지 고유의 특성을 뜻하는 ‘테루아’를 보호하기 위해 원산지명칭통제(AOC) 제도상 포도밭 관개를 원칙적으로 제한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극심한 건조로 일부 지역에서 예외적으로 관개를 허용했다. 남부 산지에서는 포도 열매가 강한 햇볕에 타는 피해도 발생했다.
온난화의 영향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세계 와인 생산량은 약 226억7000만L로 최근 30년 평균보다 15% 적었다. OIV는 기상재해 영향으로 세계 와인 생산량이 3년 연속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기온 상승이 계속될 경우 기존 와인 산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하버드대 등의 연구진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기온이 2도 상승하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세계 와인 산지의 56%에서 포도 재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와인업계는 재배 방식과 품종을 바꾸며 대응하고 있다. 보르도에서는 포도밭 주변에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드는 산림농업이 확산하고 있다. 스페인 와인업체 토레스는 포도밭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햇빛을 차단하고 수분 증발을 줄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고온과 가뭄에 강한 옛 품종을 다시 재배하고 해발 1000m급 고지대에 신규 포도밭도 조성했다.
반면 온난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지역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이다. OIV에 따르면 영국의 2016~2025년 평균 와인 생산량은 직전 10년보다 2.2배 늘었다. 지난해에는 영국 나이팀버가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프랑스 샹파뉴 이외 지역 와인으로는 처음으로 최고 스파클링 와인상을 받았다.
잉글랜드 남부의 지질이 샹파뉴 지역과 비슷한 데다 기온 상승과 재배기술 발전이 맞물린 결과다. 다만 겨울 기온 상승으로 포도나무 싹이 일찍 돋은 뒤 서리 피해를 입는 사례도 늘고 있어 온난화가 반드시 호재인 것만은 아니다.
유럽은 세계에서 온난화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 가운데 하나다. 최근 5년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2.5도 상승했다. 기후에 민감한 포도는 ‘탄광의 카나리아’에 비유될 정도다. 수백 년간 테루아와 전통을 중시해온 유럽 와인산업이 품종과 재배지, 생산방식까지 바꿔야 하는 전환점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