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매력커진 삼성전자 우선주
30억 이상 고액자산가 매수 1위
횡보장에 커버드콜 ETF도 인기
올해 3분기(7~9월) 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뒤 지루한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십억원의 현금을 굴리는 자산가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3분기 초고액 자산가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는 자산 구간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시세 차익보다 인컴 자산을 주목했다. 금융자산 보유액이 10억~30억원 미만인 자산가는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를, 30억원 이상 슈퍼리치는 우선주를 선택했다.
◇반도체 ‘투톱’ 가장 많이 덜어내
4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3대 증권사(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에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굴리는 초고액 자산가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3분기 국내 증시를 이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팔았다. 3개 증권사 합산 기준 삼성전자를 8648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716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두 종목에서만 1조5000억원어치 넘게 순매도했다.
차익 실현이 두드러진 또 다른 종목은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수혜로 신고가를 경신한 메리츠금융지주다. 30억원 이상 자산가는 112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고공행진한 ‘K방위산업’ 대장주도 차익 실현 대상이었다. 10억~30억원 미만 자산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211억원어치 팔았고, 30억원 이상 그룹은 LIG넥스원을 34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알테오젠(279억원)과 삼양식품(269억원)도 비워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자산가는 특정 섹터의 장기 성장성을 보지만 텐베거(10배 수익률)를 달성했거나 시장 관심이 극에 달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지면 발 빠르게 차익 실현에 나선다”며 “반도체와 밸류업, 방산, 식품 등 상반기 주도주를 팔고 4분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 비중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주·커버드콜 ETF로 수익 방어
그 대신 포트폴리오를 채운 것은 배당 매력이 높은 우선주와 커버드콜 ETF다. 10억~30억원 미만 자산가는 주로 커버드콜 ETF를 사들였다. ‘KODEX 200커버드콜액티브’(618억원)와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474억원)가 각각 순매수 3위, 4위에 올랐다. 기초자산 하락 때 옵션 매도 프리미엄으로 손실을 일부 방어하면서 매월 분배금을 받는 상품이다. 시장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횡보장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0억원 이상 자산가는 삼성전자 우선주를 3191억원어치 사들여 순매수 1위에 올렸다. 삼성전자 보통주는 7500억원어치 넘게 팔면서 우선주를 집중적으로 담았다. 본주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점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시가배당률이 연 3% 안팎까지 높아진 것도 매력을 키웠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혔지만 레버리지 ETF 순매수세도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거 정리한 30억원 이상 자산가는 ‘KODEX 레버리지’(940억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884억원),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703억원) 등을 2500억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단기 주가 조정을 레버리지 비중 확대 기회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영 삼성증권 PB는 “4분기 고유가, 금리 인상, 미국 중간선거 등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질 때 관망하는 일반 투자자와 달리 초고액 자산가는 우선주, 커버드콜 상품과 레버리지 ETF를 함께 담는 ‘바벨 전략’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자산가는 상반기 인공지능(AI) 랠리에서 소외된 낙폭 과대 부품주 삼성전기(1911억원)와 셀트리온(1050억원) 등 턴어라운드 종목도 적극 편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