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핵 억제력 더욱 고도화”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딸 주애 등과 함께 동부지역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 전략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참관했다. 북한은 이날 발사한 중거리 초음속미사일(왼쪽 사진)이 1000㎞를 비행해 목표점에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김정은 “핵 억제력 더욱 고도화”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딸 주애 등과 함께 동부지역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 전략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참관했다. 북한은 이날 발사한 중거리 초음속미사일(왼쪽 사진)이 1000㎞를 비행해 목표점에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남북 대화 재개와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잇달아 제안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무력시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화 제의를 공개적으로 일축한 지 하루 만에 중거리급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훈련을 참관하며 “핵전쟁 억제력을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1000㎞ 날아 목표 명중”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정은이 전날 새벽 동부지역에서 시행된 중거리 전략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미사일이 동북 방향으로 1000㎞를 날아 동해상의 설정 목표점에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합동참모본부가 전날 밝힌 비행거리 ‘700㎞ 이상’, 일본 방위성이 발표한 약 680㎞보다 300㎞가량 길다.

북한이 이번 미사일을 ‘중거리 전략미사일’로 지칭한 데다 공개된 외형과 비행 특성을 고려하면 단거리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중거리급 극초음속미사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저고도에서 비행 궤도를 바꾸는 이른바 ‘파도식 비행’ 능력도 과시했다.

김정은은 “전략적 공격수단들의 신뢰성과 치명성을 적수들에게 부단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식시켜야 한다”며 “이것이 억제력 행사의 한 형태”라고 했다. 이어 “우리의 이 같은 활동은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욱 고도화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며 “우리의 견해와 노선에서 변화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묻지 마 ‘긴장 고조’ 노선


이번 발사는 정부가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은 직후 이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장관도 군사분계선(MDL)을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해 남북 간 대화를 제안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2일 이를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망상이고 일방적인 넋두리”라고 일축했다. 북한은 바로 다음 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둘러싼 남북 간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달 30일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판단되는 지뢰로 장병들이 다친 데 대해 북한에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북한은 이를 “자작극”이라며 부인했다. 군의 사과 요구 사흘 만에 중거리 전략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대남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안보실은 발사 직후 긴급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북한의 반복된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10·4 남북정상선언 19주년’ 기념사에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다지는 여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호 적대와 대결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평화 체제를 재차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화 제의에는 ‘광대극’이라며 거부하고, 사과 요구에는 무력시위로 대응했다”며 “긴장 완화 요구에도 긴장 고조 조치로 반응하면서 기존 ‘강대강 선대선’에서 ‘선대강’ 노선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남은 닫고 대미는 여지


이 같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관계를 다시 강조하며 미·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나는 김정은과 아주 잘 지낸다”며 “사람들이 핵미사일 112개를 갖고 있을 때는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12개’의 구체적인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 8월에는 북한이 핵무기 57개를 보유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