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전통적 성수기인 9~10월에도 샤오펑·리샹·딥알·아바타·란투 등 주요 업체 판매가 감소하며 내수 둔화와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로이터통신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전통적 성수기인 9~10월에도 샤오펑·리샹·딥알·아바타·란투 등 주요 업체 판매가 감소하며 내수 둔화와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로이터통신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판매 성수기인 금구은십(金九銀十·9~10월 소비 호황기)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올 9월 주요 신흥 전기차 업체 가운데 샤오펑과 리샹, 딥알, 아바타, 란투 등 5개사의 판매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줄었다.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까지 악화하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계열 브랜드 통합과 충전 인프라 공동 사용, 해외시장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올 4분기가 중국 전기차 업계의 본격적인 생존 경쟁 무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전기차, 많이 팔아도 적자

4일 중국 자동차업계 따르면 올 9월 신흥 전기차 업체 판매 1위는 립모터였다. 세계 시장에서 10만5656대를 인도해 전년 동월보다 59% 늘었다. 세 달 연속 월간 판매 10만대를 넘어섰다.

특히 해외 판매가 2만7000대를 웃돌았다. 올 1~9월 수출도 15만대를 넘어 올해 해외 판매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올해 전체 판매 목표 100만대를 채우려면 4분기에 월평균 약 11만대를 팔아야 한다.

샤오펑은 지난달 4만1256대를 인도해 올해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0.8% 감소했다. 올 1~9월 누적 판매는 28만4267대로 9.2% 줄었다. 연간 목표 하단인 55만대를 달성하려면 남은 석 달 동안 월평균 약 8만9000대를 팔아야 한다. 지난달 판매량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니오의 지난달 판매는 3만7408대로 7.7% 증가했다. 올해 누적 판매는 30만301대로 49.2% 늘었다. 하지만 연간 40% 성장 목표를 맞추려면 4분기 월평균 약 5만2000대를 인도해야 한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전통적 성수기인 9~10월에도 샤오펑·리샹·딥알·아바타·란투 등 주요 업체 판매가 감소하며 내수 둔화와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신화통신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전통적 성수기인 9~10월에도 샤오펑·리샹·딥알·아바타·란투 등 주요 업체 판매가 감소하며 내수 둔화와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신화통신
리샹의 상황은 더 어렵다. 올 1~9월 판매가 29만3436대로 전년 동기보다 1.3% 감소했다. 연간 약 49만대 목표를 채우려면 4분기 월평균 6만6000대를 팔아야 한다. 9월 판매 3만1817대의 두 배 수준이다.

반면 지커는 목표 달성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지난달 3만7216대를 인도해 전년 동월 대비 103.9% 증가했다. 올 1~9월 누적 판매는 28만8404대로 연간 목표 30만대의 약 96%를 채웠다. 샤오미자동차도 지난달 4만대 이상을 인도했다. 업체별 판매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中 전기차, 내수 둔화 뚫고 유럽 공세

문제는 판매량을 늘려도 돈을 벌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매체인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주요 상장 완성차 업체 15곳 가운데 올 상반기 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가 지속된 업체가 11곳에 달했다. 이들 15개사의 순이익 합계는 210억4800만위안(약 4조22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140억위안 줄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이익률은 2022년 5.71%에서 올 1~7월 3.6%까지 떨어졌다. 니오와 샤오펑, 리샹, 립모터 등 주요 신흥 업체 가운데 상반기 전체 기준 흑자를 낸 곳도 립모터뿐이었다. 내수 판매 감소에 가격 할인과 원재료 비용, 자율주행·인공지능(AI) 연구개발비 부담이 겹친 결과다.

업체들은 독자 생존 전략에서 협업과 통합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니오는 지난달 지리홀딩스와 충전·배터리 교환 사업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지리는 니오의 충전·배터리 교환 자회사 니오파워 지분 30%를 확보하고 양사는 배터리 교환 규격과 차량 공동 개발까지 협력하기로 했다.

창안자동차도 최근 아바타와 딥알의 기술·상품·판매망 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규모를 키워 중복 투자와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또 다른 돌파구는 해외다. 중국 내 승용차 판매는 올 들어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올 8월 중국 승용차 수출은 88만8000대로 전년 동월보다 77.8% 증가했다. 립모터뿐 아니라 BYD와 샤오펑, 지커 등도 유럽과 동남아시아 판매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야디(BYD)는 지난달 9월 해외 승용차·픽업 판매가 17만9877대로 1년 전보다 153.9% 급증했다.

유럽 공략의 다음 무대는 오는 12일 개막하는 파리모터쇼다. 립모터와 샤오펑, 리샹을 비롯해 BYD, 지커, 창안자동차, 화웨이와 싸이리스가 만든 아이토(AITO) 등 중국 업체가 대거 참가한다.

중국 내수의 성장 속도가 둔화한 상황에서 해외 판매 확대가 생산 규모와 수익성을 동시에 지킬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베이징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승부는 이제 누가 더 많이 파느냐에서 누가 규모를 확보하면서도 손실을 줄이고 세계 시장에서 새 수요를 만들어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