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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제작비 190억 회수할까…고발·불매 등 변수로
'암살자(들)' 역사왜곡 논란 속 182만 돌파
고발·불매·집회 예고 등 논란, 흥행 변수로
제작비 190억 손익 분기점 약 375만명 예상
일일 관객은 연휴 정점 대비 8분의 1로
고발·불매·집회 예고 등 논란, 흥행 변수로
제작비 190억 손익 분기점 약 375만명 예상
일일 관객은 연휴 정점 대비 8분의 1로
2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1일 하루 5만5018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은 182만1963명, 누적 매출은 178억5008만원이다. 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같은 날 4만9832명을 동원해 누적 106만5735명을 기록했다.
이 영화의 총제작비는 190억원이다.
배급사는 손익분기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12.12사태를 다룬 2023년 영화 '서울의 봄' 사례에 단순 비교해보면 '암살자(들)' 손익분기점은 약 375만 명이다.
'서울의 봄'은 총제작비 233억원이었고, 배급사 플러스엠은 손익분기점을 극장 관객 460만 명으로 잡았다. 제작비 1억원당 관객 약 2만 명꼴이다. 이 비율을 총제작비 190억원에 적용하면 약 375만 명이 나온다.
결국 '암살자(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현재 182만 명에서 약 190만 명을 더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단 극장 매출은 극장과 배급사 등이 나눠 갖는 구조여서, 누적 매출이 제작비를 넘더라도 곧바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발은 가팔랐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26일 오전 개봉 4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넘었다. 업계에서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오디세이', '서울의 봄'과 같은 속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추석 연휴 나흘(9월 24~27일) 동안에만 140만7634명이 관람했다.
◆ '박정희 배후설' 공방… 감독 "그런 영화 아니다"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1974년 사건을 모티브로 여러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고 밝혔다.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고, 극 중 가설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도 않았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허진호 감독도 직접 입을 열었다. 허 감독은 "박 전 대통령이 육 여사를 죽이라고 시켰다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설정은 상식적으로 모순되고 개연성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과거 지상파 다큐멘터리 등에서 다뤄진 현장 탄피와 총격 궤적 기록을 토대로 영화적 가정을 펼쳤을 뿐,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30일 공개된 유튜브 인터뷰에서는 "영화가 이렇게 폄하될 줄 몰랐다"며 "배우들도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 고발 잇따라… 제작진부터 공공기관까지 대상
공공기관 단체관람도 도마에 올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토안전관리원은 지난달 28일 경남 진주의 한 영화관에서 임직원 단체관람을 진행했는데, 대관료는 두 기관의 퇴직연금 사업자인 미래에셋증권이 냈다. 이 전 시의원은 30일 미래에셋증권과 LH,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를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한 시민단체는 대통령정책실과 정부 부처,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특정 영화나 정치적 목적과 무관한 통상적인 퇴직연금 고객 마케팅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짱구', '오디세이' 등 흥행작 단체관람을 지원해왔고, 오해를 사지 않도록 운영 기준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LH도 상영작 선정과 관람 진행은 공사의 판단이나 정치적 목적과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 정치권 공방 확산… 자금 출처·무료 시사회·학교 관람까지
부산시 예산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주 의원은 1일 전재수 부산시장이 위원장인 부산영상위원회가 650만원어치 표를 구매해 5일 무료 시사회를 열기로 했다며 관련 문건을 공개하고 취소를 요구했다. 시사회는 이 영화가 부산영상위의 로케이션 지원작이라는 점에서 시민 80명을 초청하려던 행사였다. 부산영상위는 같은 날 공식 SNS를 통해 "작품을 둘러싼 최근의 상황과 시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며 시사회를 취소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작품의 내용이나 특정 입장에 대한 판단이나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교육 현장도 논란에 휘말렸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인선 의원의 요구로 서울시교육청과 전북교육청은 지난달 29일 학교에 '암살자(들)' 단체관람 현황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북교육청 공문은 '해당 없음'인 학교도 제출하게 했다. 이 의원은 2일 국감 대책회의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점검하기 위한 정당한 자료 요구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2015년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이 영화 '연평해전' 단체관람 현황을 받아 공개한 사례도 들었다. 반면 전교조 충북지부는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탄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 의원 출신인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2일 SNS에서 출연 배우가 모델인 제품 불매와 출연작 퇴출 운동을 제안했다. 하 원장은 "돈을 벌기 위해 음모와 증오를 파는 영화 감독과 배우들을 퇴출하는 'Stop Hate for Profit' 운동에는 여러 투쟁 수단이 있다"고 적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보니 관련 제품 불매운동도 있고,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에서 관련 감독과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를 내리라고 압박하는 운동도 있다"며 "이런 비폭력 시민운동이 훨씬 수준 높은 시민운동"이라고 주장했다.
◆ 배우에게 번진 불똥… 개혁연구원 조사 58.2% '역사 왜곡'
1일에는 유해진 자택 앞 집회 신고를 마쳤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함께 공개된 옥외집회 신고서에는 집회 명칭이 '유해진 규탄, 암살자(들) 제작사 규탄'으로, 신고 인원은 20명, 기간은 이달 3일부터 30일까지로 적혀 있었다. 다만 신고서가 실제로 접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감독이나 제작사가 아니라 배우의 집 앞에서 집회를 여는 것은 부적절하며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사도 잇따라 취소·축소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1일 오는 7일 예정이던 '액터스 하우스 이민호' 행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3~4일 열리는 개봉 2주차 무대인사에는 허 감독과 유해진·박해일·이민호만 오르고, 조연 류혜영·장률·최유리는 참석하지 않는다.
여론은 엇갈린다. 개혁신당 싱크탱크인 개혁연구원이 지난달 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2%가 '역사 왜곡'이라고 답했다. '창작의 자유'라는 응답은 27.6%였다. 연령별로는 30대(73.8%)와 18~29세(65.7%)에서 '역사 왜곡' 응답이 높았고, '창작의 자유' 응답은 40대(37.7%)와 50대(37.1%)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정치권의 상영금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 시사에 대해서는 '과도하다' 35.2%, '적절하다' 25.7%,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31.2%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정치권이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다룬 표현을 문제 삼는 기준에 대해서는 '일관적이지 않다'는 응답이 58.3%로, '일관적이다'(23.1%)를 크게 웃돌았다.
이번 조사는 무선 임의전화걸기(RDD)를 이용한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2.25%, 표본오차는 가중 기준 ±3.2%포인트다.
◆ 흥행 영향은… '노이즈 마케팅' vs '관객 이탈'
반면 흥행의 동력이 둔화하는 신호도 뚜렷하다. 연휴 이후 하루 관객이 5만 명대로 내려앉았고,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의 격차도 하루 5000명 수준으로 좁혀졌다. 공공기관과 학교의 단체관람이 국감 이슈로 떠오른 데다 시사회와 배우 행사까지 취소되면서, 기관 단위 관람 수요와 홍보 동력이 함께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발 사건 수사와 국정감사 일정이 이어지며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중장년 관객층의 이탈 여부가 장기 흥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개별 작품의 흥행을 넘어, 실존 사건을 다루는 창작물의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두고 벌이는 논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