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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지루하고 돈 좀 있는 사람 된 건가"…소장품 전시회 연 이유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서 특별 전시회 개최
10월 3일 개막…약 140점의 RM 소장품 공개
현지 미디어 프리뷰 통해 전시 준비 계기 밝혀
10월 3일 개막…약 140점의 RM 소장품 공개
현지 미디어 프리뷰 통해 전시 준비 계기 밝혀
RM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린 언론 대상 전시 프리뷰 행사에 참석했다. 내달 3일 시작하는 특별전 'RM x SFMOMA: 너와 나 사이(Between You and Me)' 개막을 앞두고 마련된 자리였다.
RM은 'RM x SFMOMA: 너와 나 사이'를 통해 개인 소장품을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그는 전시 기획과 큐레이션 전반에 직접 참여했다. SFMOMA의 아메리카 카스티요(América Castillo), 김효은 공동 큐레이터와 함께 작품을 선정하고 전시를 구상했다.
RM은 "공동 큐레이터로서는 오늘이 데뷔"라며 유독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8년 전 처음 미술관에 다니기 시작하고 작품을 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당연히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개인과 보편, 동양과 서양, 모던과 컨템퍼러리 같은 것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왔다. 이제 정말 전시 개막을 앞두고 있으니 문득 '사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냥 재미있고 좋은 전시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시 제안은 2년 전 군 복무 중에 받았다고 했다. RM은 "언젠가 제가 꿈꾸는 공간을 열기 전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규모와 위상을 갖춘 곳에서 재미있는 것을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작품을 모으기 시작한 건 마음속에 자리한 부유감 때문이었다고 했다. RM은 "지금 여기 서서 여러분께 이야기하는 이 순간에도 저는 늘 어딘가를 표류하고 떠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며 "아시다시피 썩 유쾌한 감정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 감정 때문에 미술에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모으는 일을 좋아했다면서 "동시에 죄책감도 느껴진다. 내게 필요하지도 않은 이렇게 많은 것들을 정말 짊어지고 살아야 하나? 결국 그냥 지루하고 돈 좀 있는 사람이 돼버린 건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것들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 컬렉션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저는 늘 스스로의 한계를 느낀다. 때로는 저 자신이 굉장히 자랑스럽다가도 또 굉장히 부끄러워진다. 그 사이를 계속 오간다. 결국 저는 저 이상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질문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이것이 정말 나를 움직이는가?'였고 또 하나는 '2026년 바로 지금 이 작가와 이 작품이 여전히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가?'였다"고 부연했다.
RM은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소모되는 시대에 저는 과거 몇몇 예술가들의 태도가 오히려 오늘날 더 깊이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 경계와 배경이 모두 조화롭게 뒤섞이는 모습을 늘 꿈꿔왔다"면서 "저는 미술사를 정식으로 공부한 적도 없고 큐레이터도 아니지만, 어떤 분야든 때로는 아웃사이더가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도 한다. 저는 미술계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자유로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은 식민 지배와 전쟁, 그리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발전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만 동시에 놀랍고 빛나는 것들도 만들어졌다. 그 한국의 젊은 세대로서 저는 조금 더 새롭고 젊은, 어쩌면 조금이나마 더 나은 관점과 감각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며 작품을 수집해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동안 제가 좋다고 느꼈던 것들과 조금 더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한데 모으려고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흥미롭고 새롭게 만들려고 했다. 여러분도 그걸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전시 기회를 준 SFMOMA 측에 고마움을 표했다.
'RM x SFMOMA: 너와 나 사이'는 2027년 2월 7일까지 열린다. 윤형근, 박래현, 장욱진, 권옥연, 김윤신, 도상봉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SFMOMA가 소장한 김환기, 백남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등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조우한다. 도자기와 서예, 회화, 조각 등을 통해 6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국 미술의 흐름도 살펴볼 수 있다.
RM이 수집한 작품은 약 140점으로 대다수는 미국에서 처음 공개된다.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권의 작품을 함께 배치해 자연, 기억, 인간의 존재와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각기 어떻게 탐구해왔는지 조명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