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국은행은 최근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를 비공개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정부와 사전 논의를 거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순위가 공식 통계가 아닌 자료의 단순 부표라고 설명했지만 25년 넘게 제공한 자료를 별도 설명 없이 비공개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특히 올해 들어 한국의 순위가 세계 9위에서 13위까지 하락했던 만큼 비공개의 배경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30일 한은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과 재경부는 수시로 업무 회의를 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표 삭제의 경우에도 사전에 의견을 교환했다.

한은은 "순위 삭제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대내외 공식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며 "한은과 재경부 내에 상당 기간 공감대가 형성돼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환보유액 순위는 공식 통계 지표가 아니라 단순 부표"라며 "이 순위표를 보도자료에 수록하지 않기로 한 것은 부서장(한은 국제국장)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은 국제국은 지난 3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매달 제공한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 자료를 설명 없이 삭제했다. 한은이 월별 자료에서 외환보유액 순위를 별도 항목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2001년 2월 말 도입 이후 25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외환보유액 자체는 역대 최대폭으로 늘었지만 올해 들어 순위가 하락한 상황이어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한은이 이종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는 작년 12월 말 기준 세계 9위에서 올해 1월 말 10위, 2월 말 12위, 5월 말 13위 등으로 5개월 만에 네 계단 떨어졌다. 2020년 1월부터 작년 2월까지 5년여 동안 줄곧 8∼9위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하락세였다.

시장 안팎에서는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외환보유액을 헐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이 순위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세계 10위로 다시 올라섰고, 7월 말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월과 비슷한 순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국제 순위 삭제로 논란이 되자 당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외환보유액 순위가 자주 바뀌는 과정에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된 해석이 빈번하게 이뤄졌다"며 "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기초 자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동안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각국 중앙은행 통계 등을 토대로 외환보유액 규모별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순위를 공개해 왔다.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의 대외지급능력과 외부 충격 대응 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외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한은이 주요국과의 비교 자료를 함께 제공하면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국제적으로 어느 수준인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는데 오랜 기간 정례적으로 제공한 정보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중단하면서 통계 이용자와의 소통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은은 주요국 외환보유액 순위는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 또는 IMF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국의 공시 시점이 서로 다르고 개별 국가의 사정으로 공시가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현재도 주요국 외환보유액 통계는 ECOS를 통해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지만 정보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입수 대상 국가를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매달 외환보유액 순위 발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memo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