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눈병 앓는 父보며 로봇에 관심
거제·울산 조선소 현장서 해법 모색
젠슨황·제프 베이조스도 '러브콜'
"오는 11월 휴머노이드 로봇 공개"
“조선소 현장을 가보니 이대로 가다간 큰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31)는 29일 인터뷰에서 “숙련 인력의 고령화와 외국인 근로자 급증으로 안전사고의 위험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래서 탄생한 게 산업용 4족 보행로봇 ‘디든 스파이더’다. 디든 스파이더는 발에 장착한 전자영구자석(EPM)을 이용해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용접·점검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연구실 박차고 조선소로…
1995년생인 김 대표가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버지였다. 시력이 점차 나빠지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신체적 한계를 기술로 보완하는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기계공학과에 진학해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휴보랩)에서 7년간 로봇을 연구했다.
김준하 대표가 29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디든 스파이더’를 소개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2024년에는 연구실 동료 세 명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공동창업자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대표에 뽑혔다. 복잡한 기술을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이유에서다. 여덟 살 무렵 아버지를 따라 미국 미시건 주에서 약 1년6개월간 생활해 영어에도 능숙하다. 해외 투자자와 기업 관계자를 상대로 한 영어 발표 및 미팅도 직접 맡고 있다.
창업 아이템은 연구실 밖에서 찾았다. 김 대표는 약 1년 반 동안 낮에는 연구하고 저녁과 주말, 휴가 때는 정유회사와 외벽 청소업체 등 산업 현장을 찾아다녔다. 울산과 거제, 목포 등 국내 주요 조선소도 직접 누볐다. 그곳에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철판 구조물과 바퀴형 로봇이 넘기 힘든 장애물을 눈여겨봤다. 그는 자신이 연구해온 4족 보행 기술에서 해법을 찾았다. 다리가 달린 로봇이라면 장애물을 넘을 수 있고, 발에 자석을 달면 철판 바닥뿐 아니라 벽과 천장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도록 하자는 구상이었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연구실에선 문제가 없던 기술이 현장에선 먹통이 되기 일쑤였다. 조선소마다 철판의 표면 상태와 조명이 달라 한 곳에서 작동하던 게 다른 곳에서는 오류를 일으켰다. 용접 과정에서 생긴 작은 돌기가 자석발과 철판 사이에 틈을 만들어 이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센서를 조선소 환경에 맞게 교체하고 용접 돌기에도 안정적으로 붙도록 자석발 구조를 개선했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디든 스파이더를 고도화했다.
“피지컬 AI의 선도기업 될것”
이렇게 확보한 기술은 산업용 휴머노이드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디든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는 키 175㎝, 무게 90㎏으로 팔을 뻗은 상태에서도 30㎏의 물체를 지속적으로 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는 11월 산업통상부가 주최하는 로봇 전시회인 로보월드에서 처음으로 시연할 계획이다.
디든로보틱스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엔비디아가 개최한 ‘GTC 2026’에서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 영상에 등장했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여는 기술 콘퍼런스인 ‘MARS’에 초청됐다. 김 대표는 “‘어디든’에서 따온 회사 이름처럼 3차원 공간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을 통해 피지컬 AI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