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불안해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럴 때마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의 설움을 곱씹게 된다. 그런데 동해에서 석유가 나오고, 서해에서 천연가스가 쏟아지면 한국은 정말 더 잘살 수 있을까. 세계 여러 나라의 경험은 오히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한다.

◇석유만 많은 나라들

지구상에는 석유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데 경제 발전 수준은 낮은 나라가 많다. 이런 현상을 두고 영국 경제학자 리처드 오티는 ‘자원의 저주’라고 했다. 제프리 삭스와 앤드루 워너는 1995년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95개국을 대상으로 자원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경제 성장과의 관계를 조사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1971년 기준으로 자원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이후 18년간 경제성장률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실패한 나라의 대명사처럼 언급되는 베네수엘라가 자원의 저주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 나라는 원유 매장량이 세계 1위인데, 물가 상승률이 한때 34만%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을 겪었다. 석유는 나오지만, 마트 매대는 텅 비어 있었다. 석유를 먹고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석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인 이란도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게 다행?"…'자원의 저주' 뭐길래

◇자원만으로 부자 못 되는 이유

자원만 팔아도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나라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풍부한 자원은 종종 분쟁을 낳는다. 부잣집 자식들이 유산 다툼을 벌이는 것과 비슷하다. 콩고민주공화국은 국토 면적이 세계 11위다. 넓은 땅에 금, 다이아몬드, 코발트, 구리 등의 광물 자원이 풍부하게 묻혀 있다. 하지만 후투족과 투치족 간 내전이 끊이지 않는 통에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무역의 기초 이론인 비교우위도 한 원인이 된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자원 수출에 비교우위가 있다. 자원을 수출해 돈을 버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렇게 번 돈을 다른 분야에 투자하지 않으면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우지 못한다. 그래서 원유를 팔아 휘발유를 사 와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환율 변화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네덜란드는 1959년 대규모 천연가스전을 발견했다. 천연가스 수출이 늘어나자 네덜란드의 통화 가치가 상승했다. 그 바람에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졌다. 이후 경제가 침체하면서 ‘네덜란드병’이란 말까지 생겼다. 자원 수출로 호황을 누린 나라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소홀히 하고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해 경제가 뒷걸음질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천연자원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내린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베네수엘라가 딱 그랬다. 국제 유가가 높을 때는 원유를 팔아 번 돈으로 교육, 의료, 주거에 이르기까지 ‘무상 복지 천국’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복지에 중독된 국민과 빚만 남았다.

◇국부의 원천은 자원이 아니라 사람

자원을 저주가 아니라 축복으로 활용한 나라도 많다. 1969년 북해에서 유전을 발견해 산유국이 된 노르웨이는 석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로 국부펀드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석유 수출 대금이 환율과 물가를 교란하는 것을 차단하는 한편, 운용 수익으로 재정적자를 메우고 복지, 교육, 인프라 등에 투자했다.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기반도 광활한 국토와 풍부한 자원이다.

경제학자들은 자원이 저주가 될지 축복이 될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제도를 꼽는다. 사유재산권이 보장되고, 시장경제와 법치가 확립된 나라에서는 자원 개발이 경제 성장과 공정한 분배로 이어진다. 자원이 저주가 된 나라들은 대체로 그 반대다. 민간 기업이 갖고 있던 자원 개발권을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빼앗아 가고, 자원 개발에서 얻은 수입이 독재 정권의 돈줄 역할을 할 뿐 국민에게 분배되지 않는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게 다행?"…'자원의 저주' 뭐길래
자원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변변한 자원 없이도 고소득 국가가 된 한국과 싱가포르가 증명한다. 높은 교육 수준과 인적 자원이 장점인 나라들이다. ‘잘살아 보세’라는 국민적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그것을 이끄는 탁월한 리더십이 석유·가스보다 중요한 국부의 원천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