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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2차대전 동맹국"…트럼프 발언에 日노심초사 [도쿄나우]
다카이치 "미일은 강한 유대로 맺어진 동맹"
역사 공세 진화 나서
역사 공세 진화 나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연설에서 중국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동맹국”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일본과 싸웠던 미국인 의용비행부대도 언급하며 “힘을 합쳐 전쟁에서 승리했던 것처럼” 양국이 다시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본 정부를 더욱 당혹스럽게 한 것은 이런 발언을 시 주석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꺼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보다 먼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시 주석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곧바로 받아쳤다. 그는 “중국과 미국 국민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본 군국주의 침략자들과 싸웠다”며 “항일전쟁 기간 수십만 명의 중국인이 목숨을 희생하는 가운데 중국 군인과 민간인은 수백 명의 미국인 조종사를 구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와 불 속에서 쌓인 우정은 세대를 넘어 계승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일본과의 갈등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적극 활용해왔다. 특히 지난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사태 관련 발언 이후 일본을 ‘신형 군국주의’라고 비판하며 러시아와 북한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싸웠던 국가들과 역사 문제를 부각해왔다. 시 주석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협의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를 함께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협력했던 정부는 공산당 아닌 국민당"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중국의 ‘공동 항일’ 내러티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항일전쟁 당시 중국을 지원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당시 미국이 협력했던 상대는 중국 공산당이 아니라 국민당 정부였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외무성 간부는 “미국이 역사의 한 시기에 중국 공산당이 아니라 당시 국민당과 협력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일동맹에는 80년의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다카이치 총리도 미중 정상회담 직후 미일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25일 총리 관저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제3국 간의 대화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논평할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쟁 후 확실히 화해를 이루고 관계를 심화시켰으며, 지금은 매우 강한 유대로 맺어진 동맹국으로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라고 말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일본이 전후 평화국가로 걸어온 길을 “앞으로도 견지한다는 데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역시 “국제사회 전체의 안정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먼저 접촉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미일 정상회담이 두 달가량 앞서 열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 주석 방미 바로 전날인 22일 뉴욕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열었다. 일본은 이 자리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을 미국 측에 충분히 전달하고 미일동맹의 억지력과 대처 능력 강화를 재확인했다고 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 “미일동맹의 강인함을 세계에 보여주는 자리가 됐다고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유엔헌장의 ‘구 적국조항’을 조속히 삭제할 것도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다만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양국의 본격적인 밀착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이 주목했던 분야는 희토류 등을 둘러싼 ‘무역 휴전’ 연장, 비민감 품목 관세, 인공지능(AI) 협력 등이었다. 그러나 무역 휴전 연장 기간이 두 달에 그치는 등 구체적 성과가 제한적이었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외무성 간부는 “미중 정상회담은 예상 범위 안이었다”며 “미국 측에는 일본의 대중국 인식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실질적인 협력 성과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미중이 접근하더라도 반도체와 첨단기술, 경제안보 등을 둘러싼 전략 경쟁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미일 관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판단이다. 다만 역사 문제에서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대일 여론전과 인지전에 활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