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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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보라색 마 ‘우베(ube)’의 신선 제품 수출을 무기한 금지했다. 해외에서 필리핀산 품종을 재배하는 것을 막고 자국 생산 기반을 먼저 확대하려는 조치지만, 글로벌 카페와 외식업계의 원료 수급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우베 생산국인 필리핀은 재배용 원료 부족을 이유로 신선 우베의 해외 반출을 금지했다. 우베는 기존 덩이줄기의 일부를 이용해 번식하기 때문에 신선 제품을 수출하면 다른 나라에서 필리핀산 품종을 재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프란시스코 티우 라우렐 주니어 농업장관은 “우리도 재배용 원료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해외 경쟁국에 자국 품종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조치는 우베의 세계적 인기가 생산 확대 속도를 앞지르는 가운데 나왔다. 필리핀 통계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베 생산량은 5660t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했다. 그러나 라우렐 장관은 "수요가 공급능력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며 국내 생산을 먼저 키워 우베를 주요 수출 수익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가가 받는 우베 가격은 최근 수년간 두 배 이상 올라 ㎏당 100~150페소(1.59~2.38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필리핀 언론들은 보도했다. 반면 연간 생산량은 장기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1만2500t을 밑돌았으며 2024년에는 1만3400t을 기록했다. 필리핀에서는 우베를 주로 소규모 농지에서 재배하는데, 최근 일부 농가가 해외 주문을 맞추느라 보유 물량을 소진하면서 다음 재배에 사용할 원료까지 부족해졌다.

필리핀 농업부는 양질의 재배용 원료가 제한적이어서 생산량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수출 확대보다 재배용 원료와 국내 공급 기반을 확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금지 조치는 미국과 유럽의 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공·냉동 우베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필리핀 토착 작물인 우베는 현지에서 오래전부터 잼과 빵, 아이스크림 등에 사용돼왔다. 은은한 단맛과 견과류·바닐라를 연상시키는 풍미, 선명한 보라색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필리핀계 이민자가 많은 국가를 시작으로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인기를 얻으며 미국과 영국의 카페, 베이커리,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까지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센셜에 따르면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우베가 메뉴에 등장하는 빈도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세 배 이상 늘었다.

피치솔루션스 산하 BMI의 소비재·유통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데이미언 여는 "수출금지 이후 단기적인 공급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책당국이 우베를 전략적 농업 기회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적인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열대 국가에서도 우베를 재배할 수 있으며, 제조업체들이 고구마 등 보라색 대체 작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제시했다.

실제 중국과 베트남은 세계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우베 재배를 확대하고 있다. 필리핀의 신선 우베 수출금지는 자국 품종의 해외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지만, 다른 국가의 생산 확대와 대체 원료 개발이라는 변수도 안고 있다.

해외 외식업계는 가공·냉동 제품 수출이 유지되더라도 원료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2019년 런던에서 필리핀식 카페 카피한(Kapihan)을 공동 창업한 나이절 모틀리는 "최근 우베 메뉴를 찾는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공급이 부족해져 가격이 오르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