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 관련 특별조치법 연내 제정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농지 관련 특별조치법 연내 제정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접 농사짓지 않거나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한 농지라도 투기 목적이 없다면 강제 처분을 피할 길이 열린다.

더불어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농지 전수조사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미경작 농지의 강제 처분 명령을 의무화한 개정 농지법이 시행된 지 24일 만이다. 명백한 투기 행위는 엄단하되 관행적 위반은 계도와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양성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연내 제정하기로 했다. 현장 의견을 반영해 내년 상반기까지 현실에 맞는 농지법 개정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7월 기본조사에서 전국 농지 1013만 필지 가운데 27%인 284만 필지를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하고 8월부터 심층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이에 도시로 나간 자녀에게 농지를 증여한 뒤 부모가 계속 농사를 짓거나, 고령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하는 사례 등도 강제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다.

이에 당정은 관행적인 농지 임대차와 경미한 불법 전용은 양성화하기로 했다. 이번 전수 조사로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된 농지에 ‘자진 정비 기간’을 부여한다. 자진 정비가 어려운 경우 농지은행에 농지 임대나 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처분 의무 부과를 유예받을 수 있다. 농업인들이 편의상 서로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한 명의 임차인이 마을 농지를 모아 경작하는 관행적 임대차도 처분 유예 대상에 포함된다.

반면 거짓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취득해 불법 임대하거나 농업법인이 부동산업을 하는 등 투기성 위반은 강제 처분하도록 할 계획이다.

관행적으로 임대한 농지 처분 유예…불법전용도 구제
고령·상속으로 경작 어려운 농지…농지은행 위탁으로 합법화 추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1일 농지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위반을 ‘투기·중대 위반’과 ‘관행적·경미한 위반’으로 나눠 처리하기로 했다. 농사지을 의사 없이 땅을 사들인 투기성 농지는 강제 처분 조치를 하되 고령, 상속 등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한 농지는 자진 정비와 농지은행 위탁을 거쳐 정상화하는 방식이다. 불법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을 강화한 개정 농지법이 시행된 지 24일 만에 농촌 현장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후속 절차를 내놓은 것이다. 다만 투기와 관행적 위반을 가르는 세부 기준은 여전히 모호해 현장 혼란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는 처분…관행 임대차는 정상화

당정은 투기와 무관한 고령농·상속농 소유 농지와 농촌 관행 임대차를 양성화하기로 했다. 상속 농지 중 사인 간 임대 허용 기준(1㏊)을 초과해 빌려줬거나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해 휴경한 경우 당장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고 자진 정비 기간을 준다. 스스로 농사짓기 어렵다면 기존 경작 관계를 유지한 채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위탁해 처분을 유예받을 수 있다.
농사 안짓는 고령·상속농지, 투기 아니면 안팔아도 된다
이웃 주민끼리 땅을 맞바꿔 농사짓거나 한 임차인이 마을 농지를 모아 경작한 관행적 임대차도 농지은행을 거쳐 합법적인 임대차로 전환해준다. 임차인 퇴거 등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특별정비 기간은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는 이 기간에 농지은행 임대 위탁을 신청하면 추가 조사 없이 조사를 종결한다.

농지 불법 전용에 대해서는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사후 양성화를 추진한다. 기존에는 허가 없이 농지에 농기계 창고 등 농업용 시설을 지으면 불법이었다.

앞으로는 이런 경우 사후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부담금을 내면 적법한 상태로 인정한다. 장기간 방치돼 사실상 산림으로 바뀐 토지는 실제 이용 현황에 맞춰 지목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반면 개발이익을 노리고 들어온 명백한 투기는 예외 없이 처분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100명이 넘는 외지인이 지분을 쪼개 농지를 사놓고 방치한 사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서류로 농지를 사들인 뒤 불법 임대한 행위 등이 대상이다. 유령 농업법인을 악용한 부동산 매매업이나 농지를 불법 야적장으로 훼손한 행위에 대해서도 즉시 강제 매각 절차를 밟는다.

정부는 특별조치법 제정과 별도로 내년 2분기 농지법 개정에도 착수한다. 고령화와 농촌 인구 감소 등 현실을 반영해 현행 임대차·휴경 허용 사유를 대폭 확대하고 임차농 권리 보호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투기냐 관행이냐…경계는 모호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투기와 관행을 어떻게 가를지다. 정부는 고령, 질병, 상속 등으로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농지는 자진 정비와 농지은행 위탁을 통해 구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별 사례로 들어가면 취득 당시 영농 의사, 경작 기간, 임대 경위 등이 제각각이어서 투기와 관행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준병 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책조정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조사 과정에서 다른 유형의 투기 행위가 있을 수 있어 조사를 다 해보고 세부 내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를 하면서 투기 유형과 판정 기준을 구체화하겠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지역과 담당자에 따라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 지역 농업인들은 이날 대구시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농촌의 다양한 영농 형태와 임대차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임대·휴경이 불가피한 농촌 현실을 일률적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