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2026 해군 창업경진대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지난 6월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2026 해군 창업경진대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육군 창업경진대회가 올해로 15회째를 맞았다. 해군과 공군에서도 장병들의 창업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군 복무 중 마주한 문제에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아이디어가 잇따라 나오면서 병영이 청년 창업의 실험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밀유출 막는 AI 내놓은 장병

육·해·공군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하는 군 창업경진대회는 장병들이 군 생활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모델로 발전시키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넘어 AI와 드론, 로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민간시장까지 겨냥하는 아이템이 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제15회 육군 창업경진대회에는 장병 1387명, 651개 팀이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참가팀이 28% 늘었다. 대상은 생성형 AI 사용 과정에서 기밀 정보 유출을 막는 솔루션을 개발한 ‘센티널AI’팀이 받았다. AI가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에서 기밀 정보를 찾아 가린 뒤 안전한 정보만 외부 서버로 보내는 방식이다.

군 생활과 맞닿은 아이디어도 잇따랐다. 스마트 군번줄로 장병의 움직임과 자세, 충격 등을 측정해 맞춤형 운동·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통신이 끊어진 전장에서도 아군의 신원과 의료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NFC 기반 인식표가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서로 다른 제조사의 군용 로봇을 한 화면에서 지휘하는 AI 통합관제 플랫폼도 나왔다.

지난 6월 열린 제7회 공군 창업경진대회에는 337개 팀, 1167여 명이 도전장을 냈다. 40개 팀이 결선에 진출했고 최종 30개 팀이 수상팀으로 선정됐다. 대상은 전투기 정비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29TWIN’팀이 차지했다. 이들은 전투기에 부착된 센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수천 개 부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정비 플랫폼을 개발했다. 항공기가 착륙하기 전 필요한 정비를 미리 준비해 정비시간과 불필요한 부품 교체를 줄이는 게 목표다.

지난 6월 열린 2026 해군 창업경진대회에서도 AI를 활용한 기술이 두각을 나타냈다. 대상은 AI 기반 안경형 보청기 ‘VocaSight AI’를 개발한 ‘SSAI’팀이 받았다. 사람의 입 모양과 음성을 동시에 분석해 주변 소음 속에서도 특정 화자의 목소리만 골라 증폭하는 기술이다.

◇스타트업 배출하는 ‘창업 등용문’

군 창업경진대회는 단순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넘어 실제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등용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육군 창업경진대회를 거쳐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는 현재까지 41건에 달한다. 16개 팀은 창업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마시는 수액’으로 알려진 링티다. 특수전사령부 군의관 출신인 이원철 대표는 겨울철 야외 훈련에서 탈진한 장병에게 얼어붙은 링거를 사용할 수 없는 문제를 겪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2017년 육군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뒤 회사를 세웠고 링티는 연매출 300억원을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한 스타스테크도 군 창업경진대회 출신이다. 양승찬 대표는 2017년 상병 신분으로 불가사리 추출물을 활용한 제설제 아이디어를 내 육군참모총장상을 받았다. 스타스테크는 이후 실제 창업으로 이어졌고 2024년 시리즈C 투자에서 150억원을 유치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