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 장비를 생산해 관공서 등에 납품하는 A업체는 2024년 조달청으로부터 6개월간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되는 제재를 받았다. 특정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 납품된 물건을 조사해보니 직접 생산하지 않은 제품도 섞여 있다는 게 이유였다. A업체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조사 기간이 5년이 아니라 3년인데 조달청이 법령을 잘못 해석해 기준보다 과거의 납품 건으로 제재했고, 이는 조달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달청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1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조달청 행정소송 패소율은 26.8%로 2020년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24년 13.3%까지 떨어진 패소율이 급등한 것이다.
조달청을 상대로 제기된 행정소송은 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처분에 집중돼 있었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제기된 관련 행정소송 866건 가운데 594건이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었다. 나머지는 거래정지, 판매중지, 우수제품 취소 등이었다.
2020년 이후 최종심에서 조달청이 패소한 사건 78건 가운데 73건은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거나 재량권 일탈·남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규격과 다른 제품을 납품했다는 이유로 입찰을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해당 업체와 맺은 여러 계약 중 일부만 문제가 있었던 게 대표적이다. 조달청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전체 계약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여러 위반 행위 중 가장 무거운 행위로 제재를 받았는데, 나머지 행위를 이유로 추가 제재해 법원이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은 조달청 행정처분 중 가장 강도 높은 조치로 꼽힌다. 중소기업으로선 조달청 입찰 제한이 매출 단절로 직결될 수 있다. 공공조달 시장은 중소기업 판로 확보의 핵심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조달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조달 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9%(약 238조5000억원)에 달했고 중소기업 제품이 차지한 비중은 약 63%였다.
박 의원은 “입찰 참가 자격 제한과 거래정지는 기업의 영업 및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제재”라며 “법원에서 행정처분이 반복해서 뒤집히고 있기 때문에 조달청의 조사와 제재 과정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달청은 “통상 하반기에 소송 접수가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패소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집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