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사진=뉴스1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사진=뉴스1
'불신 청구서'는 10월 2일 형사소송법 개정법률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달라질 사법 환경의 사회적 비용을 짚어본다. 개정법 시행으로 보완수사권을 지닌 검사를 통해 미진한 수사를 걸러내던 장치가 사라지는 만큼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대가로 어떻게 되돌아오고 있는지 추적한다. [편집자주]

"제주 이미지가 신안군처럼 굳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가 폭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듭니다."

최근 제주도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역 경제를 걱정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잇단 실종·강력사건과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겹치면서 제주를 '범죄의 섬'으로 낙인찍는 표현들이 밈(meme·유행 콘텐츠)처럼 쏟아졌다. 부정적 이미지가 관광객 감소와 지역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제주 내국인 관광객은 감소세를 보였다.

제주 사례는 공권력 불신의 대가를 지역 경제가 치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달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치안 공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관광 수요와 소비를 위축시켜 지역 산업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작지 않다.

◇ 내국인 발길 끊기는 제주

11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 수는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 관광객 일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내국인 관광객은 107만2405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 줄었다. 8월 31일 가운데 21일이 전년 같은 날보다 감소했고, 특히 25일부터 월말까지는 7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지막 사흘은 전년 대비 감소폭이 12~13%대까지 벌어졌다.
최근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최근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감소세는 이미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올해 제주 내국인 관광객은 1~4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지만 5월 -7.2%로 돌아선 뒤 6월 -11.5%, 7월 -5.2%, 8월 -2.5%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유가·항공료 상승과 해외여행 수요 확대 등이 제주 관광 수요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꼽혀왔는데, 최근 잇단 강력사건과 경찰 부실 대응 논란까지 겹치며 관광업계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실제 제주 실종 사망 사건 후 온라인에서는 여행 취소 후기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에는 서귀포시 동광육거리 인근 버스정류장 주변 배수로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폐쇄회로(CC)TV 분석에 나섰으며 현재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고 있다. 아직 범죄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관련 사진과 내용이 빠르게 확산했다.

지난 10년간 제주의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다는 사실도 '제주포비아'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관광객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상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과 근로자 비중이 전국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역별 유동인구를 일률적으로 보정하기는 어려워, 제주의 체감 치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 관광경제는 예상보다 내국인 소비 의존도가 크다. 제주관광빅데이터플랫폼에 따르면 올해 1~7월 도민을 제외한 관광객 카드 소비액 가운데 내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75.7%, 외국인은 24.3%였다. 특히 음식점업과 소매업에서 내국인 비중은 각각 85.0%, 82.8%에 달했다.

◇ 범죄에 공권력 부실까지…지역에 찍힌 낙인

강력사건에 공권력의 부실 대응까지 겹치면서 지역 전체에 불신의 낙인이 찍히고, 그 후폭풍이 지역 경제로 번진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예컨대 2024년에는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유튜브 등을 통해 다시 조명되면서 가해자 신상과 지역사회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한 일이다. 당시 수사 경찰이 피해자 신원과 피해 사실을 누설하고 피해자에게 "네가 밀양 물 다 흐려놨다"고 말하는 등 2차 가해를 한 사실도 다시 소환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경찰관 2명을 수사의뢰하고 지휘부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당시 '밀양'이라는 지역명 자체가 사건과 함께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주요 관광지 방문객 통계에서도 감소세가 확인됐다. 사태가 확산하자 밀양시도 지역 이미지 회복에 직접 나섰다. 관광 홍보 글에까지 지역을 성범죄와 연결한 조롱성 댓글이 달리고 시청에 항의 민원이 쏟아지자 안병구 밀양시장을 비롯해 시의회와 지역 80여개 종교·시민단체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신안 주요 관광지 방문객 수는 지역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출렁였다. 2014년 신안 '염전노예' 사건에서도 관할 경찰이 장기간 이어진 감금과 노동착취를 발견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구조 요청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않은 책임이 불거졌다. 다른 지역 경찰이 염전 업자로 위장한 끝에 피해자를 구출해야 했다. 이후 법원은 일부 피해자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사건 직후 신안 천일염 주문과 매출이 줄고 염전 인력 확보까지 어려워지자 생산자들은 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2016년 신안 섬마을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도 지역 치안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 사건 이후 섬 지역의 열악한 치안과 교사 안전 문제가 부각된 바 있다. 신안군은 사건 발생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염전 사업장 인권교육과 합동점검, 전담 공무원제 등을 이어가며 과거 사건으로 굳어진 지역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 지역 경제 흔드는 치안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알림마당에 있는 실종아동 찾기. /사진=뉴스1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알림마당에 있는 실종아동 찾기. /사진=뉴스1
치안과 관광의 관계는 국내 연구에서도 꾸준히 다뤄져 왔다. 관광객이 느끼는 범죄 불안과 안전 인식이 관광지 선택, 만족도, 재방문의도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다수 발표됐다. 관광지의 실제 범죄 발생 수준뿐 아니라 관광객이 해당 지역을 얼마나 안전하다고 인식하느냐가 관광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더해 2005년 1월 정부로부터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국가 지정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포되며 '안전한 섬'이라는 이미지를 차별화된 관광 자산으로 구축해왔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내국인 감소를 일부 메우고 있지만 외국인 수요는 국제정세와 외교관계, 환율 등에 따라 언제든 급변할 수 있는 변수인 만큼 내국인이라는 안정적 수요 기반을 잃은 채 지역경제를 이에 기대기는 어렵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치안은 관광지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특정 지역에서 강력 사건이나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 당분간 방문을 꺼리는 심리가 나타날 수 있다.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치안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다 제주 경제 폭망한다"…'범죄의 섬' 낙인에 '초비상' [불신 청구서]
신현보/김희선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