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낮 12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불교용품점에서 판매하는 '공덕 키링'이 입고된 후 1시간도 안 돼 품절됐다. 키링을 사려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 온 직장인들까지 몰리면서 입구에서부터 불교용품점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박수빈 기자
10일 낮 12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불교용품점에서 판매하는 '공덕 키링'이 입고된 후 1시간도 안 돼 품절됐다. 키링을 사려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 온 직장인들까지 몰리면서 입구에서부터 불교용품점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박수빈 기자
48분 만에 품절.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불교용품점에서 판매하는 '공덕 키링'이 입고된 후 전량 판매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10일 낮 12시에 판매를 시작한 이 키링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들른 직장인까지 몰리면서 1시간도 안 돼 품절됐다.

이날 점심시간대 봉은사 불교용품점은 입구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키링을 받으려는 줄과 계산 줄이 모두 생겨서다. 두 줄을 모두 지나야 가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도 키링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코엑스보다 복잡하다"는 말이 들리기도 했다. 30대 직장인 A씨(남성)은 "전화로 문의하니 오늘 입고됐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급히 왔다"며 "봉은사도 보려 했는데 줄이 넘 길어서 2개만 사고 급히 간다"며 계산을 마친 뒤 신호등으로 달려갔다.

2030이 불교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팝업과 온라인, 박람회를 넘어 사찰까지 찾고 있다. 불교 굿즈만 판매하는 상설매장까지 생겼다. 불교 굿즈 수요가 커지면서 유통 채널이 확대된 것이다. 한정된 공간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불교 굿즈의 판매처가 사찰과 상설 매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주말엔 입장 줄 생겨"…불교 굿즈 상설 매장까지

10일 낮 12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불교용품점에서 판매하는 '공덕 키링'이 입고된 후 1시간도 안 돼 품절됐다. 키링을 사려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 온 직장인들까지 몰리면서 입구에서부터 불교용품점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박수빈 기자
10일 낮 12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불교용품점에서 판매하는 '공덕 키링'이 입고된 후 1시간도 안 돼 품절됐다. 키링을 사려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 온 직장인들까지 몰리면서 입구에서부터 불교용품점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박수빈 기자
10일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관람객은 2023년 7만2000명에서 올해 25만명으로 3배 이상 뛰었다. 특히 2030 관람객 비중은 같은 기간 22%에서 올해 72.1%까지 급증했다. 불교신도만 왔던 것도 아니다. 올해 무종교 방문객 비중은 40.8%로, 5명 중 2명은 종교가 없었다. 이날 봉은사에서 공덕 키링을 구매한 이하영 씨(39)도 불자가 아니었다. 이씨는 "지난해부터 템플스테이도 하고 그래서 불교를 믿진 않지만, 가까운 사람이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이 같은 수요 확대는 불교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서울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상설 매장 '붓쯔'가 대표적이다. 붓쯔는 올해 6월 문을 열었다. 이전까지 대한불교조계종이 운영하던 불교용품점을 굿즈 전문 상설 매장으로 바꾼 것이다. 2030을 중심으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박람회 등이 흥행하면서 상설 매장을 운영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는 게 조계종 측 설명이다. 대한불교조계종 관계자는 "주말에는 줄 서서 들어올 정도로 방문객이 이전보다 4배 정도 늘었다"며 "2030은 물론 비종교인들까지 오실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서울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상설 불교 굿즈 매장 '붓쯔'에서 불교 굿즈를 팔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5시에도 2030 방문객이 올 만큼 불교용품점일 때보다 방문객이 4배 정도 늘었다고 붓쯔 측은 서설명했다. /사진=박수빈 기자
서울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상설 불교 굿즈 매장 '붓쯔'에서 불교 굿즈를 팔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5시에도 2030 방문객이 올 만큼 불교용품점일 때보다 방문객이 4배 정도 늘었다고 붓쯔 측은 서설명했다. /사진=박수빈 기자
불교 상품을 만나는 공간은 서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엔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추천 책 <초역 부처의 말>이 끌고, 올해는 고전 소설 <싯다르타>가 당기며 베스트셀러 순위를 불교 관련 서적이 차지하고 있다. 전자책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이신형 밀리의서재 무제한독서팀장은 "장원영이 <초역 부처의 말>을 추천한 이후 불붙은 불교 도서 인기가 <싯다르타>까지 이어져 <싯다르타>가 2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종교 소비를 넘어 일반 문화상품 소비로 확대되자 해외에서도 한국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누적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한 일본 스님의 내한 공연이 올해 최초로 열릴 정도다. 불교 경전에 일레트로닉·힙합·재즈 장르를 결합해 음악을 만드는 칸호 야쿠시지스님은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공연을 해왔고, 다음 달에 한국에서 첫 공연을 연다.

"신앙과 소비 분리…경험과 가치 중시하는 2030"

10일 낮 12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불교용품점에서 판매하는 '공덕 키링'이 입고된 후 1시간도 안 돼 품절됐다. /사진=박수빈 기자
10일 낮 12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불교용품점에서 판매하는 '공덕 키링'이 입고된 후 1시간도 안 돼 품절됐다. /사진=박수빈 기자
전문가는 종교를 믿는 것과 종교의 문화적 요소를 소비하는 건 별개의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불교를 접하려면 사찰에 가거나 법문을 듣거나 서적을 읽는 게 중요했다면, 현재는 가볍게 키링부터 템플스테이 등 진입 경로가 다양해졌다. 이 부분이 2030에게 재밌는 경험과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로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며 "2030은 종교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디자인, 경험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덤의 '설렘'은 단순 '덕질' 소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움직이는 '덕질 경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K-컬처를 매개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총망라해 대중의 열광이 어떻게 '설레는 소비'로 치환되는지 그 이면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날카롭게 포착하고자 합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