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 대회 모습.  블랙야크 제공
블랙야크 대회 모습. 블랙야크 제공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가을철 러닝·하이킹 대회를 잇달아 열며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섰다. 다이나핏을 시작으로 노스페이스와 블랙야크의 대형 스포츠 행사가 매주 이어진다. 과거 유명 선수를 후원하거나 대회에 제품을 협찬하는 데 그쳤던 아웃도어 업체들이 최근에는 참가자 모집과 코스 설계, 기념품 판매까지 직접 챙기는 ‘대회 플랫폼’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 러닝 대회 여는 아웃도어 브랜드

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다이나핏은 지난 5일 강원 태백 일대에서 ‘2026 다이나핏 태백 트레일’을 개최했다. 올해 모집 규모는 4200명으로 지난해 3000명보다 40% 늘렸다. 참가자의 숙련도에 따라 15㎞부터 50㎞까지 다섯 개 코스를 마련했다. 지난해 대회 참가권이 판매 시작 5분 만에 모두 팔리자 올해 참가 인원과 코스를 동시에 확대한 것이다. 대회 참가권과 자사 트레일러닝 제품을 결합한 얼리버드 패키지 250개도 완판됐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국내 대표 트레일러닝 대회 ‘2026 노스페이스 100 코리아’.  영원아웃도어 제공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국내 대표 트레일러닝 대회 ‘2026 노스페이스 100 코리아’. 영원아웃도어 제공
노스페이스는 오는 13일 서울광장에서 출발하는 ‘2026 런서울런’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다. 광화문과 청계천, 서울역, 남산 일대를 달리는 10㎞·하프코스에 1만200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참가자에게 노스페이스 티셔츠와 양말을 제공해 도심 러너에게 제품을 노출한다.

오는 18~20일에는 전북 장수군에서 ‘장수트레일레이스 위드 노스페이스’가 열린다. 일반 참가자가 접근하기 쉬운 20㎞부터 100㎞와 100마일까지 여러 코스로 구성했다. 올해는 100마일 코스를 네 명이 나눠 달리는 릴레이 부문을 운영해 장거리 산악 달리기의 진입 장벽도 낮췄다.

블랙야크는 오는 19일 강원 춘천 엘리시안 강촌에서 2500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하는 ‘블랙야크 클럽데이 챌린지 2026’을 개최한다. 팀을 이뤄 정상에 오르는 ‘팀 서밋’, 개인·가족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8㎞ ‘라이트 트레일’, 누적 상승 고도 1500m 이상의 21㎞ ‘트레일런’을 한 행사에 묶었다. 등산과 걷기, 트레일러닝을 한곳에서 운영해 기존 산악인부터 젊은 러너까지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블랙야크는 참가자에게 티셔츠나 러닝 싱글렛, 모자와 함께 자사 제품 30% 할인권을 제공한다. 현장에서 추첨을 통해 참가자 5명에게 히말라야 트레킹 비용도 전액 지원한다. 현재 블랙야크의 자체 커뮤니티인 블랙야크알파인클럽(BAC) 가입자는 67만7000명을 넘어섰다. 스포츠 행사를 통해 기존 앱 회원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내고, 다시 제품 구매와 여행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 해외 대회로 확장까지

제주특별자치도가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과 함께 연 ‘2026 제주 오름 트레일런’ 행사 모습.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특별자치도가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과 함께 연 ‘2026 제주 오름 트레일런’ 행사 모습. 제주관광공사 제공
아웃도어 업체가 대회에 공을 들이는 것은 수익 구조를 의류 중심에서 신발·용품으로 넓히기 위해서다. 등산복, 특히 고가 다운재킷은 날씨와 겨울철 기온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트레일러닝은 신발뿐 아니라 러닝 조끼, 스틱, 모자, 기능성 의류 등 여러 제품을 함께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입문용부터 100㎞ 이상 장거리용까지 제품을 세분화할 수도 있다. 대회가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제품군을 확장하는 실험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스포츠대회는 고객을 자사 플랫폼 안에 묶어두는 수단이기도 하다. 참가 신청 과정에서 선호 종목과 활동 지역을 파악하고, 완주 기록과 커뮤니티 활동을 공식몰 구매로 연결할 수 있어서다. 다만 대회가 급증하면 참가자 모집과 안전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단발성 행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매년 같은 지역에서 대회를 열고 참가자가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 브랜드 충성도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 트레일 런 부탄 2026’ 포스터.  코오롱스포츠 제공
‘코오롱 트레일 런 부탄 2026’ 포스터. 코오롱스포츠 제공
대회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다이나핏 태백 트레일과 런서울런, 블랙야크 클럽데이 등 참가 규모가 공개된 세 행사만 합쳐도 모집 인원은 1만8700명을 넘는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광고하는 것보다 러닝과 하이킹 제품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 수천 명을 한곳에 모을 수 있다.

경쟁은 해외로도 번지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다음달 28~31일 부탄에서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자체 해외 대회를 연다. 부탄의 옛 수도 파로에서 출발해 해발 4000m 지점을 넘어 수도 팀푸까지 달리는 40㎞ 코스다. 참가 인원은 해외 러너와 현지 러너 각각 100명씩 총 200명으로 제한했다. 해외 참가비는 3500달러다. 대회와 항공·숙박·현지 체험을 결합해 트레일러닝 행사를 고가의 아웃도어 여행 상품으로 확장한 사례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