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인버터 김치 냉장고
풀무원 인버터 김치 냉장고
두부와 만두를 만들던 풀무원이 냉장고와 냉동고까지 팔기 시작했다. 불과 7년 전 LG전자와 손잡고 자사 간편식을 LG 광파오븐에서 자동으로 조리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던 식품회사가 이제는 직접 주방가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식품과 가전업계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김치냉장고와 일반 냉장고, 냉동고를 비롯해 전자레인지, 스팀오븐, 에어프라이어, 음식물처리기, 인덕션, 두유제조기, 요거트메이커 등으로 가전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168L 김치냉장고와 228L 2도어 냉장고, 204L 냉동고 등 대형가전까지 판매하고 있다.

식품기업이 간편식 조리를 돕는 소형가전을 내놓는 사례는 있었지만 냉장·냉동부터 조리, 음식물 처리까지 주방 전 영역으로 사업을 넓힌 것은 이례적이다. 풀무원은 이를 ‘토털 주방 솔루션’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풀무원과 LG전자의 관계를 보면 변화가 더욱 선명하다. 두 회사는 2019년 ‘간편식 자동 조리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동 개발했다. 소비자가 LG 씽큐 앱으로 풀무원 만두와 핫도그 등 제품을 인식하면 LG 디오스 광파오븐이 제품에 맞는 조리 시간과 온도를 자동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당시 풀무원은 식품 데이터를 제공하고 LG전자는 이를 구현할 가전을 만드는 파트너였다.

7년이 지난 지금 풀무원은 LG전자가 주력해온 주방가전 영역에 직접 발을 들였다. 시작은 2016년이었다. 풀무원건강생활은 당시 인덕션과 하이라이트를 결합한 전기레인지를 출시하며 가전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공기청정기와 무선청소기, 안마의자 등으로 영역을 넓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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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은 2021년 출시한 ‘스팀쿡 에어프라이어’였다. 식품회사의 강점을 살려 만두와 간편식 등을 조리하기에 적합한 스팀 기능을 앞세우면서 시장에 안착했다. 풀무원은 이후 스팀오븐 등 소형 조리가전을 늘린 데 이어 2024년 9월 148L 김치냉장고를 선보이며 대형가전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120L 모델까지 추가했다.

풀무원의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리빙케어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회사는 올해 미래사업부문을 출범시키면서 리빙케어를 신성장 사업 가운데 하나로 편입했다. 지난 6월부터는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등 국내 주요 5개 백화점 10개 점포에서 가전제품 판매도 시작했다. 온라인 중심이던 판매망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단계다.

다만 풀무원이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가전을 직접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 기획과 연구개발은 풀무원이 맡고 생산은 외부 전문기업에 맡기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기존 가전회사와 정면승부하기보다 식품에서 축적한 조리·숙성·보관 노하우를 가전에 입히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풀무원의 행보를 식품·가전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사례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LG전자와 같은 가전업체가 풀무원·CJ제일제당·동원F&B 등의 간편식 데이터를 가전에 넣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식품회사가 직접 가전을 만들어 소비자의 주방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회사가 음식을 판매한 뒤 소비자와의 접점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관하고 조리하고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는 과정까지 사업 영역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라며 “기존 가전업체와 당장 규모를 비교할 단계는 아니지만 식품기업의 사업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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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