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범람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국내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전례 없는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영업이익은 2021년 6조원대에서 지난해 1조원대로 쪼그라들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4800억원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창사 이후 첫 파업을 예고하면서 노사 갈등까지 격화하고 있다. 경영진은 임금 일부를 반납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파업 깃발 올린 노조
포스코 노조는 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이 추가 협상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9일부터 포항과 광양 공장에서 부분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은 “직원들의 연봉 수준이 중소기업보다 못하다”며 “교섭에 진전이 없으면 16일부터 대상 공장을 확대해 120시간 동안 2차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10월에는 조합원 1만 명이 참여하는 전면 파업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노사는 이날 막판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양측의 의견 차가 커 이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을 비롯해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기본급 인상률 연 2.0%, 목표 달성 격려금 3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복지포인트 30만원 등을 제시했다. 여러 차례 교섭을 거치며 경쟁사를 웃도는 수준의 처우 개선안을 내놨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노조의 파업 움직임은 예년보다 빠르고 강도가 높다는 평가다. 노조는 올해 교섭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상견례 전에 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특히 이번 파업은 다음달 차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만큼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노조는 위원장 임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한 차례 연임한 김 위원장이 차기 선거에서 당선되면 최대 7년간 노조를 이끌게 된다.
◇경영진 월급 일부 반납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유례없는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2021년 6조700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1조8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48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하며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저가 철강재가 국내외 시장에 쏟아지는 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보호무역 조치까지 강화되면서 수출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도 위기 극복을 위해 임금 반납에 나섰다. 사장 20%, 본부장 15%, 임원 10% 임금을 반납했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지난 4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경영진도 위기의 무게를 함께 감당하고 있다”며 “올해 교섭에서도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여러분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갈 방안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같은 날 ‘현대제철-포스코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HPLS) 기공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노사 교섭에 집중하기 위해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추가로 필요한 재원이 약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노조 측은 “1조4000억원을 받겠다는 게 아니라 사측의 새로운 안이 있으면 의견을 좁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측은 노조가 예고한 부분파업에 대비해 생산 차질이 없도록 준비 중이다. 부분파업이 이뤄지더라도 실질적 핵심 생산공정은 협정근로 단체협약에 따라 생산체제를 유지하는 만큼 실제 생산 차질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