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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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기술 탈취 분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침해 사실을 입증하는 일이다. 기술을 제공할 당시부터 어떤 정보를 누구에게 줬는지, 해당 기술이 회사의 독자적인 성과라는 점을 꼼꼼하게 기록해둬야 분쟁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법조계, 피해 기업 관계자들은 △계약서에 제공 기술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 △중요 기술자료에 비밀 표시를 할 것 △기술개발 과정과 성과를 꾸준히 기록할 것을 핵심 방어책으로 꼽았다.

중기부 기술보호과에서 곰표 밀맥주 분쟁과 알고케어, 미쓰잭슨 등 기술 탈취 분쟁을 지켜봐온 차상훈 사무관은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할 때부터 기술자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분쟁 사례를 보면 계약서에 ‘기술자료를 임의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포괄적인 문구만 넣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중소기업은 회사의 고유 기술이라고 생각해도 상대방은 이미 공개된 내용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침해 여부를 가리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단순히 NDA를 체결하는 데 그치지 말고 민감한 자료의 열람부터 보관·반환·폐기까지 구체적인 조건을 계약서에 담는 것도 중요하다. 누가, 언제, 어떤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해두면 추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도움이 된다. 차 사무관은 “기술 침해를 인지했다면 혼자 대응하기보다 정부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곰표 밀맥주 분쟁의 당사자인 세븐브로이의 박정섭 사외이사는 대기업 등에 기술자료를 제공할 때 ‘컨피덴셜 마크(비밀 인증)’를 표시할 것을 권했다. 그는 “비밀 인증 표시만으로도 해당 자료가 회사의 중요한 영업비밀이고 내부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며 “향후 소송에서도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자료 자체뿐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개발 성과와 개발 업무 일지를 꾸준히 작성해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기술 개발에 어느 정도의 시간과 인력, 비용이 투입됐는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 과정과 결과물을 체계적으로 축적해두면 해당 기술이 기업의 독자적인 성과라는 점을 입증하기도 수월하다.

기술 탈취 분쟁에서는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내 기술이라는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가 기술 침해에 대한 과징금과 손해배상 수준을 높이는 가운데 기업 스스로 기술의 생성·관리·제공 과정을 증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