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옛말" 글로벌 브랜드들, 이젠 한국이 진입 1순위 [장서우의 하입:hype]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 거리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물밀듯 진출하는 패션의 중심지다. 미국 기반 패션 브랜드 매드해피(Madhappy)가 최근 국내 첫 매장을 열었고,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On)이 가두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브랜드가 크게는 수백 평의 공간을 빌려 소비자와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상권 분석부터 입지 선정, 임대차 조건 협상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리테일 부동산 전문 에이전시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브랜드의 손을 잡는 순간부터 공간 전략 전반을 함께 기획하고 출점 과정 전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유동 인구와 경쟁 브랜드, 임대 조건을 분석해 최적의 입지를 도출한 뒤 핵심 상권에서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임대인과 우선 협상을 진행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플래그십 스토어 등 전략 매장 디자인까지 관여하고 있다. 온을 포함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기반 알로, 일본의 골드윈, 오만 왕실이 쓴다는 향수 아무아쥬 등 최근 한국에 진입한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모두 이 회사의 손을 거쳤다.
"일본은 옛말" 글로벌 브랜드들, 이젠 한국이 진입 1순위 [장서우의 하입:hype]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서 리테일 임대 부문을 총괄하는 윤화섭 상무(사진)는 7일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글로벌 브랜드가 아시아 지역에 진출할 때 1순위 국가가 일본이었고, 한국은 중국이나 싱가포르, 홍콩에 밀릴 때가 많았다”면서 “이젠 한국을 1순위 진입 국가로 삼는 브랜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알로가 대표적이다. 이 브랜드는 일본보다 한국에 먼저 들어 왔다. 싱가포르, 태국을 제외하면 아시아 유일 매장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 접수된 임대차 자문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패션·뷰티 브랜드뿐 아니라 식음료(F&B), 지식재산권(IP)까지 여러 분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명동, 성수 등 주요 상권의 경우 “임차인(tenant)인 브랜드보다 건물주(landlord)의 협상력이 높아 임대료가 치솟는 ‘랜드로드 마켓’ 지위를 획득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옛말" 글로벌 브랜드들, 이젠 한국이 진입 1순위 [장서우의 하입:hype]
윤 상무는 “인구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은 글로벌 브랜드에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시장”이라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트렌드 변화에 민감해 반응이 즉각적인 편인 데다 소비 기준도 비교적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밀려 들어오면서 이런 역할은 한층 확대됐다. 윤 상무는 “전체 관광객의 약 60%가 중국·일본·대만이라는 건 한국 매장이 4개국 시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거점이란 얘기”라고 했다.

실제로 여러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을 글로벌 전략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LF가 국내에 수입·유통하는 미국 럭셔리 브랜드 빈스가 대표적이다. 빈스는 한국 시장에서 축적한 소비 데이터를 토대로 한국 전용 상품을 기획해 내놓는다. 이탈리아 기반 포르테포르테도 한국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자카드 봄버 재킷, 가죽 재킷, 에코퍼 롱 코트 등을 글로벌 컬렉션에 포함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들은 이제 한국을 브랜드를 함께 성장시켜 나가는 전략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옛말" 글로벌 브랜드들, 이젠 한국이 진입 1순위 [장서우의 하입:hype]
아웃바운드(내국 기업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리브영, 젠틀몬스터, 아더에러, 논픽션, 뿜클리닉 등 여러 브랜드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 진출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는 오는 10~12일 서울 성수 플라츠2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K브랜드 잼’(K-Brand Jam) 행사를 연다. 한국 브랜드 유치를 희망하는 일본 미쓰이부동산, 마카오 SJM 리조트를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상업 시설 및 복합 개발 운영사들이 참석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