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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의 입과 생각을 틀어막는 '답정너 리더'의 치명적 질문 [이재형의 비즈니스 코칭]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그러나 리더십의 대가 존 맥스웰이 말했듯 “리더십은 곧 영향력”이다. 그리고 리더의 영향력은 자신이 가진 답의 크기가 아니라, 구성원의 역량을 얼마나 확장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적잖은 리더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한가하게 질문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한다. 물론 위기 상황이나 빠른 결단이 필요할 땐 명확한 지시와 해답 제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과거 성공 경험에 도취된 리더의 판단이 늘 정답일 수는 없다. 때로는 실무를 가장 깊이 파고든 구성원의 시각이 훨씬 예리하다. 무엇보다 리더가 던진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도출하고 인정받은 구성원은 일에 대한 강한 주인의식과 내적 동기를 품게 된다.
기원전 202년, 진나라 멸망 후 천하의 패권을 다툰 항우와 유방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차이 역시 ‘질문의 방향’에 있었다. 명문 귀족 출신의 천하무적 명장 항우는 승리를 거둘 때마다 부하들에게 거만하게 물었다. “내 솜씨가 어떠냐(何如)?” 자신의 지략을 과시하고 동의를 구하는 닫힌 질문이었다. 반면 한량 출신이었던 유방은 위기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부하들을 모아놓고 “어찌해야 좋겠소(如何)?”라고 지혜를 구하는 열린 질문을 던졌다. 모든 지략을 혼자 독점하려던 항우는 결국 해하(垓下)에서 사면초가에 몰려 자결했고, 참모들의 지혜를 모은 유방은 한나라의 고조가 되었다. ‘하여(何如)’와 ‘여하(如何)’, 글자 순서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역사의 승패가 뒤바뀐 것이다.
오늘날 우리 조직의 풍경은 어떠한가. 회의실에서 리더가 본인의 생각을 이미 다 정해놓고 “내 생각 어때?”라며 동의를 강요하는 ‘하여형 리더’가 여전히 적지 않다. 이미 결론이 뻔히 보이는 질문 앞에 반기를 들 구성원은 없다. “좋은 생각입니다”라는 영혼 없는 맞장구만 돌아올 뿐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집단지성도, 혁신적인 대안도 기대하기 어렵다. ‘답정너 리더’의 좁은 시야에 조직 전체가 갇혀버리기 때문이다.
질문이라고 다 같은 질문이 아니다. 잘못된 질문은 침묵보다 위험한 독이 된다.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맞지 않겠어?”라며 이미 답을 정해두고 유도신문하듯 묻는 ‘답정너 질문’, “왜 아직도 못 끝냈지?”, “말이 된다고 생각해?” 같이 방어기제를 자극하는 ‘압박형 질문’, “그게 최선이었어?”, “이 정도 생각도 안 해봤어?” 등의 역량을 떠보듯 꼬치꼬치 캐묻는 ‘취조형 질문’, “진짜 제대로 한 거 맞아?”라면서 힐난하고 비꼬는 ‘비난형 질문’, 그리고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놓고는 이미 결론을 내린 채 겉치레로 구색만 맞추는 ‘요식형 질문’은 구성원의 입과 생각을 틀어막는다. 질문이 평가와 감시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구성원은 시키는 일만 기계적으로 해내는 수동적 인간으로 퇴행한다.
리더의 질문은 구성원의 잠재력을 길어 올리는 ‘마중물’이어야 한다. 메마른 펌프에서 깊은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단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내면에 웅크린 무궁무진한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지금 진행하면서 가장 걸리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만약 제약이 전혀 없다면 어떤 시도를 가장 먼저 해보고 싶나요?”, “이 일을 더 수월하게 만들려면 제가 어떤 지원을 해드리면 좋을까요?”, “OO님이 결정권자라면 어떤 선택을 내리시겠어요?”
이처럼 공감과 존중, 확장이 담긴 단 한마디의 마중물 질문이 구성원의 관점을 흔들고 자발적 실행을 촉발한다. 필자가 기업에 있을 때 결재판을 들고 온 직원들에게 즉답을 내리는 대신 “대표님이 이 보고서를 보시면 어떤 점을 칭찬하고, 어떤 점을 보완하라고 하실까요?”라고 먼저 되물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구성원의 눈높이가 실무자를 넘어 경영진의 관점으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유고작 '성채'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구해오라 지시하거나 일감을 나누어 주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끝없이 넓은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품게 하라.”
‘목재를 모으라’며 일감을 쪼개어 주는 것이 지시형 리더라면, ‘넓은 바다’를 바라보게 만드는 것은 바로 질문하는 리더다. 일장 연설이나 지시로는 바다를 동경하게 만들 수 없다. 구성원의 시선을 ‘오늘 베어야 할 나무(눈앞의 일감)’에서 ‘우리가 함께 나아갈 넓은 바다(일의 본질과 미래 가치)’로 들어올리는 힘은 오직 리더의 깊은 질문에서 나온다.
오늘 당신이 회의실 문을 열며 던질 첫 마디는 무엇인가? “내 생각 어떠냐”는 확인과 과시인가, 아니면 “함께 어찌 풀어갈까”라며 넓은 바다를 보여주는 마중물의 초대인가?
<한경닷컴 The Lifeist> 이재형 비즈니스임팩트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경영대학원 MBA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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