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나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기업 분할(인적·물적분할)을 발표한 뒤 주주의 거센 반발과 주가 하락을 이유로 계획을 접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분할이 호재로 작용하기는커녕 주가 하락 등으로 이어지자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 분할 결정을 공시했다가 철회한 건수는 최초 기업 분할 이사회 결의일 기준 2024년 10건, 2025년 4건, 2026년 4건(8월 기준)으로 집계됐다. 과거에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분할을 결정하면 차질 없이 추진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소액주주의 결집력과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강화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HEM파마는 올해 3월 신약 개발, 의약·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3개 회사로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지만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지난해 파마리서치는 인적분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시장에서 대주주 지배력 강화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주가가 하락하자 주주 설득 실패를 인정하고 분할 계획을 자진 철회했다. 이 밖에 빙그레, 골프존, HLB글로벌, 하나마이크론 등도 사업 효율성 제고와 기업가치 극대화를 내세워 분할을 결정했다가 주주 반발과 주가 하락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업 재편 구상을 백지화했다.

기업 분할이 무산되는 경우는 대부분 시장에서 분할의 명분이 불분명하거나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구조라고 판단할 때다. 이에 실망한 주주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주가가 급락한다. 최근 인적분할을 결정한 카카오 역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물적분할은 주가가 매수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올해 선진뷰티사이언스는 6월 임시 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됐으나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이 예상보다 크자 자진 철회했다. 기업으로서는 자금 조달이나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추진한 분할이 오히려 재무적 압박으로 돌아오는 만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이든 물적분할이든 명확한 미래 성장 전략과 주주환원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은 이를 대주주의 편법 승계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의심한다”며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기업 분할은 본업의 가치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