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린디는 최근 주력 인공지능(AI) 모델을 앤트로픽(클로드 소넷)에서 딥시크(v4 플래시)로 바꿨다. 40만 명 이상의 전문직이 사용하는 린디는 “몇 주 동안 평가한 결과, 추론 비용의 90%를 절감하고 성능까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 AI 기업은 자신들이 받는 프리미엄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中 AI, 美 프론티어급 모델 위협
저렴한 가격을 앞세웠던 중국 AI 모델이 성능 면에서도 미국 프론티어급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AI 평가기관 아티피셜애널리시스가 주요 AI 모델의 지능점수를 평가한 결과 앤트로픽의 페이블5.1이 57점으로 가장 높았지만, 중국의 키미 K3와 GLM 5.3도 각각 50점, 49점을 기록하며 구글 제미나이 3.8 플래시(47점)를 제쳤다. 두 중국 모델은 앤트로픽의 최첨단 AI 모델 가운데 하나인 페이블5(53점)를 바짝 추격 중이다. 그러면서도 비용이 현저히 낮다. 페이블5 모델의 작업당 비용은 5.62달러인 데 비해 중국 문샷AI의 키미 K3는 1.58달러, 즈푸AI의 GLM 5.3은 1.26달러다.
각국의 기업과 직장인이 중국 AI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세계 최대 AI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서 딥시크, 즈푸AI,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모델의 토큰 사용 점유율은 지난달 말 43.9%로 뛰면서 미국(42.8%)을 제쳤다. 1년 전 중국 AI의 점유율은 14.6%에 불과했다.
스타트업만 중국 AI 고객이 아니다. 에어비앤비는 고객 상담용 AI에 알리바바의 큐웬을 활용하고 있고, 지멘스도 산업용과 사무용 AI에 딥시크를 이용 중이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는 “큐웬은 성능이 좋고 빠르며 저렴하다”고 평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즈푸AI는 지난달 19일 홍콩거래소 기업공개(IPO) 심사를 통과했다. 중국 AI 기업이 홍콩 증시의 상장심사를 뚫은 건 처음이다. 이틀 뒤인 지난달 21일에는 미니맥스도 홍콩거래소 IPO 심사를 통과했으며, 에보켄과 문샷도 홍콩 증권거래소 IPO를 추진 중이다.
◇공개 모델로 제3국 진출
중국 AI는 폐쇄형인 미국 AI와 달리 공개형 ‘오픈웨이트’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AI 모델 구성의 핵심인 ‘가중치’를 공개한다. 이렇게 하면 각 기업은 중국 AI 모델을 직접 내려받아 자신들 시스템에 맞게 개량한 뒤 자체 서버에서 모델을 돌릴 수 있다. 에어비앤비가 미국 의회가 중국 AI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우리는 알리바바 고객이 아니며 중국 업체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반박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국내 IT 기업 관계자는 “오픈형 모델은 로컬 기업이 자체 소유하고 직접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중국 AI라고 해서 보안 우려가 있는 게 아니다”며 “기업들 입장에선 비싼 클로드나 챗GPT에 종속될 이유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AI 모델의 이 같은 오픈웨이트 전략을 미·중 패권전쟁의 시각에서 설명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모델의 프리미엄을 약화시켜 수익 구조를 침식하는 동시에 자국 모델을 확산하는 게 중국에도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토큰 폴리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오픈웨이트 모델은 개발자 커뮤니티, 기술 교육과 표준 등에도 영향을 미쳐 중국의 소프트파워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대형 통신사인 인도삿은 관광 농업 교육 등 국가 기간산업용 AI 서비스에 적용할 모델로 최근 딥시크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