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는 집중투표제가 오는 10일 본격 시행된다. 이를 앞두고 기업들은 이사 수를 줄이거나 임기를 늘리는 등 이사회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를 견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사 수 줄이고 임기 조정…집중투표제 앞두고 '분주'
6일 경제계에 따르면 집중투표제 의무 도입 대상이 된 국내 기업은 외부 인사의 이사회 진입을 줄이기 위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을 줄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50대 그룹 상장사 가운데 전년과 비교할 수 있는 269개사의 올해 정기주주총회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이사 수는 1733명으로 지난해 1780명보다 47명(2.6%) 감소했다. 사내이사는 843명에서 807명으로 4.3%, 사외이사는 937명에서 926명으로 1.2% 줄었다.

이사 임기 만료 시점을 분산해 다수 이사의 동시 교체를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기업도 14곳에 달했다. 예컨대 한화그룹은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가 이사 임기를 기존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확대했다.

집중투표제는 여러 명의 이사를 한꺼번에 뽑을 때 주주가 가진 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가령 기업이 이사 3명을 선임하는 경우 1주를 가진 주주에게 3표가 주어지고, 이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후보마다 보유 주식 수만큼만 표를 행사하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소수 주주도 표를 결집하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들은 1998년 상법에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는 정관을 통해 이 제도를 배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 상법에 따라 10일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 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주주 중심으로 구성된 대규모 상장사 이사회의 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대주주에 쏠린 의사 결정 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경영권을 공격하거나 핵심 기술 및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