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2일 백악관 동관에서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이날 취임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2일 백악관 동관에서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이날 취임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미국의 교역을 일부 중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높은 금리가 미국을 ‘불공정한 처지’에 놓이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오는 16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Fed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자신의 기존 무역 적자에 대한 관점을 연결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잘못된 근거에 기반한 주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거세진 금리인하 요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자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신용도는 훨씬 강해졌다”면서 “금리를 인하하라”고 밝혔다. 그는 “강한 나라일수록 금리는 낮아야 한다”면서 “매우 간단하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옛날처럼’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이날 비농업일자리가 전월 대비 16만2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금리와 연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그들(외국)의 막대한 무역흑자를 용인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더 이상 재정적 엘리트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은 서비스교역 부문에서는 대부분 흑자를 보고 있지만, 상품교역에서는 중국 멕시코 대만 한국 일본 등에 대해서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상품교역 적자 규모는 1조2000억달러였다.
미국 비농업일자리 증감폭.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비농업일자리 증감폭.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신용대출과 통화정책 혼동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정부 때부터 지속적으로 Fed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논리는 점점 더 비약하고 있다. 미 국채금리가 국가 신용도와 연계된 것은 맞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국채금리를 낮추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경기 사이클의 변동폭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도가 높아지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는데 이는 돈을 떼일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중앙은행은 돈을 빌리는 주체가 아니라 돈을 찍어내는 주체이며, 현대사회에서는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지난해 10월은 데이터 누락.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지난해 10월은 데이터 누락.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기준금리 추이(상단 기준).
미국 기준금리 추이(상단 기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수지에 대해서도 수십년 째 무역적자는 돈을 뺏기는 것이고, 흑자는 돈을 버는 것이라는 ‘제로섬 게임’ 사고방식이다. 따라서 미국이 그동안 상품교역에서 적자를 본 것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갈취한 결과라는 것이다. 미국이 흑자를 보는 서비스교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1980년대부터 그는 이런 내용의 광고를 신문지면 등에 게재하며 시정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무역적자는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과 소비·투자 활성화를 뜻한다. 또 대미 무역흑자국들은 미 국채의 가장 핵심 수요자다. 미 국채 1위 보유국은 한때는 중국이었으며 현재는 일본이다. 이들이 미 국채를 사지 않으면 국채 금리는 오히려 올라간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기준금리가 낮으면 ‘금융 엘리트’'라는 사고방식과 '무역은 상대국의 돈을 빼앗는 과정'이라는 인식을 하나로 엮은 것이다. 그는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훨씬 낮은 이자율을 내는 이른바 금융 엘리트 국가를 차지할 권리가 있다”면서 “어떤 나라들은 0.5%를 내고 있고, 우리는 4%를 내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보다 훨씬 강한 신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대미 무역흑자를 보이는 나라들이 금리가 낮은 것은 미국에게서 흑자를 봤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그런 나라와의 무역 적자를 줄이려면 그들과 무역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일본, 스위스, 캐나다 등을 거론한 적 있으며, 한국도 같은 범주에 포함된다.

◆무역을 ‘제로섬게임’ 인식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잘못된 경제 인식을 바로잡기보다는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에 신경쓰는 것은 미국인들이 집을 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면서 “Fed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그것이 최근 미국 물가상승 데이터에 대한 “(Fed의) 적절하고 책임감 있는 대응”이라고 했다. 지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개인소비지출(PCE)는 3.7% 상승해 Fed의 목표치(2%)를 크게 웃돌았다.

케빈 해싯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Fed의 독립성을 존중하지만, 동결을 요구하는 주장은 상당히 강력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CME페드워치에 반영된 9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
CME페드워치에 반영된 9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
워싱턴=이상은/뉴욕=황정수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