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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달러' 앤트로픽 IPO에 불안한 삼전·닉스 개미들
5일 복수의 외신 등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오는 9~10월 중 IPO를 추진하고 있다.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상장을 주도할 핵심 주관사로 거론되며, JP모건과 씨티그룹, 바클레이스 등도 주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상 기업가치는 최대 2조달러, 공모 규모는 1000억달러 수준이 거론된다. 기업가치 2조달러가 현실화하면 앤트로픽은 단숨에 세계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앤트로픽의 최근 연환산 매출액(ARR)은 65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준으로 기업가치 2조달러를 적용하면 주가매출비율(PSR)은 약 30배 수준이다. 절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아니지만 팔란티어와 네비우스, 아스테라랩스 등 고성장 AI 기업이 높은 매출 배수를 적용받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어느 수준까지 가격을 받아들일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초대형 IPO가 잇따르는 가운데 AI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까지 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변수로 부상했다. 시장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기존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앤트로픽 공모주로 이동하는 수급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에 투자된 돈도 움직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 종목은 그동안 AI 성장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대표 종목 역할을 해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두 회사는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평가받아서다.
하지만 앤트로픽이 증시에 입성하면 투자자들은 프론티어 AI 모델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 된다. AI 산업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반도체 등 후방산업을 거치지 않고 AI 모델 기업 자체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앤트로픽 IPO의 흥행 여부와 관계 없이 국내 투자자들의 수급은 앤트로픽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선 스페이스X IPO 때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0원에 달했는데도, 한국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엔 수급보다 AI 산업 전반의 밸류에이션과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 수 있다. 높은 성장세에도 시장이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AI 기업에 요구하는 성장성과 수익성 기준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프론티어 AI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를 거쳐 HBM과 서버용 D램 등 후방 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AI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지출을 계속 감당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경우 국내 반도체주의 투자심리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증시 내 비중이 큰 만큼 앤트로픽 IPO 결과는 개별 종목을 넘어 코스피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최근 반도체주 조정으로 가격 부담이 일부 낮아진 만큼 IPO 부진만으로 주가가 전저점을 크게 밑도는 수준까지 밀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결국 앤트로픽 상장을 AI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을 확인하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흥행할 경우 AI 모델 기업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을, 부진할 경우 AI 투자 사이클 전반에 대한 의구심을 국내 반도체주가 각각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