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스커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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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로 인해 간절기가 짧아지고 기온 변동 폭이 커지면서 경량 패딩이 가을·겨울(FW) 시즌의 핵심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아직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9월 들어 가을·겨울(FW) 캠페인과 신상품이 공개되면서 예년보다 이르게 경쟁이 벌어졌다. 노스페이스는 '벤투스 온 자켓'과 '웨이브 온 자켓' 등 경량 패딩 제품군을 연이어 출시했고, K2도 경량 다운 제품 생산 물량을 전년 대비 20% 확대하며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아웃도어 브랜드뿐 아니라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에서도 잇달아 경량 패딩을 내놨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달 1~10일 플랫폼 내 '경량 패딩'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입추 직후인 8월7~12일에는 '후드 경량 패딩' 검색량이 직전 비교 기간보다 142% 늘었다. W컨셉에서도 8월7~11일 트렌치코트·레더재킷·패딩 등 아우터 거래액이 직전 비교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여름이 끝나기도 전에 소비자가 움직이자 업체들은 FW 상품을 과거보다 일찍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에 깔기 시작했다. 일부 패션업체는 올해 FW 신상품 출시 시점을 최대 5주가량 앞당겼다. '추워진 뒤 패딩을 판다'는 기존 공식 대신 검색량과 온라인 반응을 보고 수요를 먼저 선점하는 구조로 패션업계의 시즌 전략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사진=블랙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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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볍고 따뜻한 신소재 경쟁도 치열하다.

블랙야크는 지난달 3일 무신사를 통해 '클라이밍 스톤마스터 라이트 다운자켓'을 선보였다. 기존 베스트셀러인 스톤마스터 제품군을 경량 제품으로 확대한 것으로, 7데니어(D) 초경량 소재를 적용했다. 선발매 한 주 만에 판매량 1300장을 기록하며 경량 패딩 경쟁에서 치고 나갔다.

K2는 열 손실을 줄이는 기술을 적용한 '에어로스피어 제로'와 알파카 소재를 활용한 제품 등을 내세우고, 간절기 아우터부터 경량·중량·헤비 다운까지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네파도 지난해 경량 패딩 '써모퍼프'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올해 라인업을 확대했다. 10D 원단을 사용한 '에어써밋 라이트'를 비롯해 스탠넥·후디·베스트·반소매 형태로 '젤로 다운 시리즈'를 다양화했다. 아이더는 그래핀 기능성 원사를 활용한 '그래티넘 다운 시리즈'와 초경량 단열 소재 에어로겔을 적용한 제품 등을 선보였다.

단순히 '가벼운 패딩' 한 종류를 파는 것이 아니라 소재와 디자인, 착용 시기에 따라 시장을 잘게 나누는 방향으로 경쟁이 진화한 것이다.

아웃도어뿐만이 아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배우 한소희와 이도현을 내세운 FW 캠페인을 지난달 25일 공개하고 경량 패딩을 주요 상품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일부 인기 색상 제품이 품절된 데 이어 리셀 시장에서 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면서 올해도 초기 수요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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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의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지난 1일 에스파 닝닝을 앞세운 2026년 FW 캠페인을 공개했다. 캠페인에는 '올버트 경량 패딩'과 크롭 형태의 경량 재킷 등을 전면에 배치했다. 과거 아웃도어 브랜드가 보온성과 충전재를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실루엣과 색상, 일상복과의 조합까지 핵심 경쟁 요소가 됐다.

전통 아웃도어 업체뿐 아니라 패션 플랫폼의 자체 브랜드(PB), SPA, 캐주얼 브랜드까지 같은 소비자를 놓고 경쟁하는 시장이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량 패딩 경쟁이 일찌감치 시작된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았다. 최근 몇 년 동안 '따뜻한 겨울'로 롱패딩 대신 숏패딩, 크롭 패딩을 입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특히 경량 패딩은 가을에는 단독 아우터로 활용하고 기온이 내려가면 코트나 헤비다운 안에 겹쳐 입을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을 가을부터 한겨울까지 활용할 수 있어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성장 또한 시즌을 앞당기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기온이 떨어지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겨울옷을 교체해야 본격적인 판매 경쟁이 시작됐다면 지금은 검색량과 조회수, 판매 순위가 실시간으로 드러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8월부터 제품을 노출해 어떤 색상과 디자인이 반응을 얻는지 확인하고 시즌 초반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GS샵의 8월 역시즌 겨울 패션 행사 주문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5% 증가한 190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다운 패딩 점퍼 주문액은 5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에서도 8월1일부터 27일까지 아웃도어 패딩 매출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관계자는 "날씨 변동성이 커지면서 짧은 가을을 겨냥한 트렌치코트나 재킷을 대량으로 준비하고, 이후 겨울용 헤비다운으로 넘어가는 전통적인 상품 구성보다 바람막이와 경량 패딩, 중량 패딩을 촘촘하게 배치하는 방식이 유리해졌다"며 "특히 다운 제품은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유행과 기온을 예측해 물량을 결정해야 하는데, 따뜻한 겨울 날씨가 반복되면서 다른 아우터보다 재고 부담이 적은 경량 패딩에 집중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