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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혁명' 반여성적 지하조직이 키운 정치인 용혜인
노동당 조사위, 비선조직 실체와 당원 개입 확인
활동가 길러 정당·청년단체 배치하고 자금 지원
가부장적 생활 통제하면서 여성주의 활동도 지시
활동가 길러 정당·청년단체 배치하고 자금 지원
가부장적 생활 통제하면서 여성주의 활동도 지시
언더조직은 조직원에게 혼전순결과 낙태·이혼 금지, 동성애자 배제 등을 교육하면서 밖으로는 여성주의 정당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 박기홍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은 청년좌파 대표 시절 여성 활동가들을 차별하고 배제한 책임을 인정하고 물러났다. 그 후임 대표가 용 후보다. 이런 조직과 인맥 속에서 성장한 용 후보자가 이제 국가의 여성·가족·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 임명을 앞두고 있다.
안가서 사상교육…당 밖에서 돈·인사 좌우
언더조직의 존재는 2018년 이가현 전 알바노조 위원장의 폭로로 알려졌다. 이 전 위원장은 알바노조의 사업과 입장문을 언더조직 선배들이 결정했고 노동당과 청년좌파 등 다른 단체의 주요 결정에도 개입했다고 주장했다.홍세화 전 노동당 대표가 이끈 진상조사위원회는 언더조직의 존재와 다수 노동당원의 관련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조사위는 청년좌파와 알바노조 활동이 노동당 활동과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섞였다고 했다.
언더조직의 수장으로 지목된 인물은 구 사회당계 핵심 인사이자 코리아보드게임즈 대표인 김길오 씨다. 김씨의 비서이자 언더조직원이었던 서상영 씨는 공개서신에서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바 언더조직의 수장은 김길오 선생님”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스스로를 수장으로 소개했다는 것이다.
서씨는 언더조직이 ‘조선공산당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당 재건을 목표로 삼았다고 했다. 조직원들은 전자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여러 교통수단을 갈아타고 현금이나 일회용 승차권을 이용해 안가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사상과 생활방식에 관한 교육을 받은 뒤 정당과 청년·노동단체에 배치됐다.
노동당 대의원과 전국위원에게는 대응전략과 의결 지침이 전달됐다. 서씨는 정당운동으로 공개 전환한 뒤에도 “오픈하지만 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지침이 내려졌으며 공식 기구 밖에 인사와 재정의 최종 승인권자가 따로 있었다고 밝혔다.
언더조직의 영향력은 김씨가 댄 자금으로 뒷받침됐다. 노동당 조사위는 김씨가 당과 여러 단체에 돈을 지원하고 알바노조 상근자 3명의 월급을 매달 현금으로 지급했으며 차량도 사준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가 탈당한 뒤 노동당이 재정난을 겪을 정도로 의존도가 컸다.
노동당원 윤성희 씨는 김씨가 “반대파를 숙청한다면 돈과 사람을 대주겠다”, “다시는 내 말을 안 듣는 대표를 세우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김씨의 공식 당직은 전국위원에 불과했지만 돈과 조직원을 앞세워 대표와 당직 인선까지 좌우하려 했다는 것이다. 언더조직에서 활동했던 관계자는 “조사보고서에는 알바노조 인건비만 구체적으로 담겼지만 김씨가 청년좌파에도 돈을 댔다”고 말했다.
청년좌파에서 기본소득당까지
청년좌파는 기본소득과 최저임금 1만원, 탈핵 등을 내걸고 활동한 청년정치공동체다. 현재 기본소득당 주축 인사 상당수가 이 단체에서 활동했거나 회원으로 참여했다.박 부총장은 2016년 청년좌파 대표를 맡았다. 그는 이듬해 1월 여성 활동가들에 대한 차별적 언행과 활동 배제, 단체 회원들이 연루된 성폭력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두 달 뒤 용 후보자가 후임 대표로 선출됐다. 두 사람은 같은 해 9월 결혼했다.
용 후보자와 신지혜 현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은 2019년 노동당 공동대표에 선출됐고 박 부총장은 사무총장을 맡았다. 이들은 노동당을 기본소득당으로 바꾸려다 당대회에서 부결되자 탈당해 2020년 별도의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원내 의석은 두 차례 모두 더불어민주당 주도 비례 위성정당을 통해 얻었다. 용 후보자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맡았고 박 부총장은 사무총장과 당대표 권한대행 등 핵심 당직을 이어갔다.
용 후보자는 2018년 언더조직 논란 당시 “최저임금 1만원위원회 등 활동을 함께하고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지만 단체 운영은 별개”라고 반박했다. 공개된 조사보고서와 관련자 기록에는 용 후보자가 언더조직에 직접 가입했다는 내용은 없다.
다만 용 후보자가 대표로 활동한 청년좌파 등 공개단체 주변에는 언더조직의 이중적인 여성관을 보여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노동당 조사위와 관련자 증언에 따르면 언더조직은 내부에서 혼전순결과 낙태 및 이혼 금지, 동성애자 배제 등을 교육했다. 반면 밖으로는 여성주의 정당을 만들어 활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노동당원 윤성희씨는 김씨와 구 사회당계를 기록한 글에서 “당내 여성주의 운동도 가부장 승인과 지지를 받아 하는 조직이 있다”며 “중년의 남성이 여성주의 정당을 만들라고 지시하고 여성위원장이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따랐다”고 밝혔다. 이후 여성위원장과 여성위원회가 전국을 돌며 여성주의 강연을 했고 노동당 여성위원회와 불꽃페미액션 등이 활동했다고도 적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용 후보자로서는 직접 가입 여부를 넘어 이 같은 조직문화에 어떤 입장이었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성에게 혼전순결과 낙태·이혼 금지를 강요한 남성 중심의 언더조직이 밖으로는 여성주의 정당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며 “그 조직이 사람과 돈을 대며 키운 단체에서 대표를 맡고 여성차별 문제로 사퇴한 배우자의 뒤를 이은 인사가 이제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용 후보자는 과거 조직과 어떤 관계였고 그 조직문화와 단절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