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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비에게 '워터밤'이란 [인터뷰+]
'워터밤 여신' 권은비, 올해 축제 고사한 이유
1년 4개월 만에 컴백…신보 '데자부'로 승부수
"다채로운 '은비 2기' 펼칠 것"
1년 4개월 만에 컴백…신보 '데자부'로 승부수
"다채로운 '은비 2기' 펼칠 것"
3년 연속 워터밤에서 활약하며 '서머퀸'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던 권은비. 그러나 올해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워터밤 무대에 서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수식어의 그늘을 벗어나 오롯이 음악성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아티스트로서의 고뇌와 진심이 닿아 있었다.
"물론 페스티벌 무대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감사한 기회였어요.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는 30분이라는 시간을 혼자서 채울 수 있을지 두려움이 컸죠. 그저 순간에 최선을 다했던 것이 커다란 바이럴로 이어져 3년 연속 무대에 서게 됐어요. 무대를 거치며 관객과 호흡하는 법을 배웠고, 지금도 페스티벌 무대에는 항상 열린 마음이에요."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음악을 향한 깊은 갈증이 자리하고 있었다. 권은비는 워터밤이 주는 특수에 안주하기보다 가수 본연의 가치로 승부수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대중성으로 나를 충분히 알린 만큼, 이제는 음악성으로 인정받아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죠. 서머퀸이라는 타이틀보다 '노래 잘하는 가수'로 먼저 부각되고 싶어 올여름엔 페스티벌 대신 새 앨범 작업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어요."
"이전 음악에는 상징적인 고음 파트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번 '데자부'는 솔로 곡 중 처음으로 고음이 거의 없는 노래예요. 굳이 목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3분이라는 시간 동안 지루함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무대 위 차갑거나 냉소적일 것 같다는 대중의 편견도 깨고 싶었죠. 실제 내 모습은 에너제틱하고 털털해요. 그 본연의 밝음을 직관적으로 담아냈어요."
비주얼과 안무에서도 파격적인 변주를 감행했다. 대중이 기대하던 묘기 같은 화려한 안무를 배제하고, 누구든 따라 하기 쉬운 손동작과 이지한 춤선을 고안했다. 머리색 역시 웜톤으로 바꾸며 키치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면전에서 '인상이 차가워 보인다'는 쇼츠를 보거나 이야기들을 접했을 때 긴장감을 놓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모르게 풀어질 때가 있는데 더 따뜻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스타일링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죠."
수많은 기획사와의 미팅 끝에 새 둥지로 RBW를 선택한 권은비. 그는 이번 컴백을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은비 2기'라 명명했다. 나를 잘 모른 채 부여된 역할에 충실했던 시기를 지나, 마침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또렷이 아는 시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타이틀곡을 고르기 위해 회사와 수백 곡을 모아 논의했어요. 사실 앨범이란 게 제작비나 활동비 등 현실적으로 타협해야 하는 지점이 많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나를 믿고 가봐야겠다는 확신이 섰죠. 아이즈원 활동 때나 솔로 초기에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달려왔어요. 지금은 경험치가 쌓였죠. 남들이 좋아하는 것에 타협하기보다 내가 무대에서 행복해야 보는 사람도 행복하다고 믿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대중에게도 사랑받게 만들자는 것이 새로운 챕터의 기조예요."
24살, 아이돌로는 적지 않은 나이에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데뷔했던 경험은 그를 다부진 현실주의자로 만들었다. 2024년 서울 성동구 송정동 단독주택을 24억원에 매입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을 만큼 남다른 재테크 감각을 증명하기도 한 그는, 부모님께 드렸던 신용카드를 거두고 체크카드만 쥐여줄 정도로 단단한 경제관념을 지녔다.
"데뷔 후 시행착오를 겪으며 강해지려고 노력했어요. 결핍이 있었기에 책임감과 생활력이 생겼죠. 부모님께 최소한으로 살아야 돈 때문에 싸우지 않는다고 말하며 필요할 때만 카드를 드려요.(웃음)"
아이즈원 멤버들과는 여전히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 "아이오아이 선배님들의 무대를 보며 너무 부러웠죠. 멤버들과 만나면 10주년에 상황이 맞춰진다면 꼭 함께 활동해 보자며 열린 마음으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눠요.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요."
"단순히 차트 수치에 연연하기보다 '권은비에게 이런 색다른 모습도 있구나'라는 반응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수치적으로는 음원차트 100위나 99위권 안에 안착해도 큰 성공이라 생각해요. 잠깐 화려하게 반짝이는 페스티벌 퀸을 넘어, 사고 없이 오래도록 노래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 내 궁극적인 꿈이에요.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 좋은 '꿀보이스', '음색퀸'이라는 소리를 꼭 듣고 싶어요."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