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동박적층판(CCL)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는 데다 반도체 대면적화로 CCL 사용량이 늘고 있어서다. 두산과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국내 소재 업체의 관련 매출도 증가했다.

반도체 소재 CCL 수출, 올 42% 급증…두산·LG·롯데 '방긋'
30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1~7월 CCL 수출액은 5억1733만달러(약 7307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억6516만달러)보다 41.6% 늘었다. 지난 7월 한 달간 수출액은 8939만달러로 전년 동월(5817만달러) 대비 53.7% 급증했다.

CCL은 수십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두께의 구리막인 동박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 소재를 여러 층으로 쌓아 만든 기판용 소재다. 반도체와 각종 전자부품 아래에 덧대는 기판의 ‘뼈대’ 역할을 한다.

2023년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뒤 AI 시대가 열리면서 CCL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거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고도화로 반도체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칩 대면적화로 기판 크기까지 커지면서 반도체 한 개당 CCL 사용량이 많아지는 추세다.

국내 대표 CCL 업체 두산의 전자소재사업부인 전자비즈니스그룹(BG)의 실적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 2분기 두산 전자BG의 매출은 1조2932억원으로 전년 동기(8787억원) 대비 47% 증가했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가 두산의 CCL을 활용하고 있다. 두산의 국내 및 중국 공장은 고객사 주문이 늘면서 풀가동 중이다.

LG화학도 CCL 매출 증가를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최근 CCL 사업에서 글로벌 고객사 3곳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CCL용 고사양 동박 공급을 확대하면서 소재 부문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CCL 시장 규모는 올해 216억2000만달러에서 2034년 329억5000만달러로 52.4%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앞으로 수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글로벌 CCL 업체도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다. 두산의 라이벌인 일본 파나소닉은 중국 광저우에 75억엔을 투자해 새로운 CCL 공장을 짓는다. 내년 4월 가동이 목표다. 대만 EMC는 지난 3월 대만 관인 신공장에 124억430만대만달러(약 57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CCL용 동박 분야에서도 증설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선두 업체인 일본 미쓰이금속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용 동박인 마이크로신의 2031년 생산량을 지난해의 2.4배 수준인 월 1200만㎡로 늘릴 계획이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