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온디바이스 겨냥 '연산하는 메모리' 공개
삼성전자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시장을 겨냥해 메모리 내부에서 일부 연산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황가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 책임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반도체 학회 ‘핫칩스 2026’에서 저전력 D램(LPDDR) 기반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신제품인 ‘LPDDR5X-PIM’의 세부 사양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이달 초 열린 메모리 콘퍼런스 ‘FMS 2026’에서 차세대 메모리상을 수상하며 업계에 존재감을 알렸지만, 세부 사양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IM은 메모리 내부에 연산기를 통합해 데이터 저장과 계산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기술이다. 기존 구조에선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데이터를 이동시켜 연산하는 과정에서 메모리 병목 현상이 발생했으나, PIM은 곱셈과 덧셈 등 간단한 계산을 메모리 내부에서 직접 처리해 병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번 신제품은 메모리 용량 손실 없이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2021년 처음 선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결합 PIM은 연산 기능 구현을 위해 일부 메모리 공간을 포기해야 했으나, LPDDR5X-PIM은 메모리 용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16개 뱅크 전체에 연산 기능을 적용했다.

성능 검증 결과, 파라미터 80억 개 규모의 메타 개방형 AI 모델 라마 3.1 구동 시 기존 LPDDR5X 시스템은 12.3초가 소요됐지만 LPDDR5X-PIM은 5.4초 만에 처리했다. 내부 데이터 통로에 해당하는 대역폭 역시 기존 대비 8배 늘어났다.

황 책임은 “AI를 지원하는 표준 메모리 솔루션은 HBM이지만, 최근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소형화·효율화하면서 HBM이 항상 최선의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높은 대역폭과 낮은 전력 소모를 동시에 갖춘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6’에서 차세대 인터페이스 USB4를 적용한 초고속 포터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P시리즈(P9·P7) 2종도 공개했다. 초고해상도 영상과 AI 콘텐츠, 대용량 게임 등 데이터 급증 환경에 최적화된 신제품으로, 이전 세대인 T시리즈(T9·T7) 대비 연속 읽기·쓰기 속도가 약 두 배 향상됐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김채연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