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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콘텐츠 산업 변화와 기업 대응 전략은? [삼정 KPMG CFO Lounge]
오헌창 삼정KPMG 부대표
AI가 재편하는 콘텐츠 제작·유통 생태계
AI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 제작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다. 음악 분야에서는 전문 스튜디오나 숙련된 뮤지션 없이도 음원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AI로 구현된 가상 아티스트가 실제 음악 차트에 진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AI 기반 가상 컨트리 음악 아티스트로 알려진 브레이킹 러스트(Breaking Rust)의 곡 ‘Walk My Walk’는 2025년 빌보드 ‘컨트리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를 기록했다.AI 기반 제작 기술은 인디 크리에이터를 넘어 기존 미디어 기업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6년 AI 기반 영화 제작 기술 스타트업 인터포지티브(InterPositive)를 인수하며 관련 역량의 내재화에 나섰다. 제작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 제작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AI 영상 생성 스타트업 힉스필드(Higgsfield)는 제작 도구와 AI 오리지널 콘텐츠의 공개·유통 채널을 결합한 ‘힉스필드 오리지널스’를 구축하고, 15명의 인력이 약 2주간 제작한 95분 분량의 AI 장편영화 〈헬 그라인드(Hell Grind)〉를 선보이며 단기간·소수 인력 중심의 새로운 영상 제작 모델을 제시했다.
유통 구조 역시 빠르게 변화 중이다. 과거 플랫폼이 콘텐츠를 나열하고 이용자의 선택을 기다렸다면, 이제는 AI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취향과 맥락에 맞는 콘텐츠를 먼저 추천하며 탐색을 지원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개인의 청취 이력과 선호도를 기반으로 음악을 선곡하고, 곡과 아티스트에 관한 설명을 AI 음성으로 제공하는 ‘AI DJ’를 운영 중이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AI 챗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콘텐츠 탐색의 출발점이 기존 플랫폼에서 AI 인터페이스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오늘 뭐 볼까”라는 질문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앱이 아니라 AI 챗 서비스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이용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가 폭스 코퍼레이션 산하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투비(Tubi)다. 투비는 2026년 스트리밍 서비스 최초로 챗GPT 내 네이티브 앱을 출시했다. 사용자가 ‘@Tubi’를 호출해 원하는 분위기나 장르를 자연어로 요청하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투비에서의 시청으로 연결한다.
이와 함께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라는 콘텐츠 최적화 접근법이 새로운 유통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가 검색 결과 상위 노출을 목표로 한다면, GEO는 생성형 AI의 답변에 자사 콘텐츠와 정보가 인용·추천되도록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에 따라 개념과 정보 체계를 명확히 구성하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통해 일관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생성형 AI가 콘텐츠를 정확하게 검색·인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 AI가 바꾸는 콘텐츠 산업의 제작·유통·소비 구조 >
AI가 촉발하는 참여형 소비와 콘텐츠 기업의 생존 전략
AI의 확산은 콘텐츠 소비와 창작의 경계 또한 허물고 있다. 소비자 스스로가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새로운 UGC(User Generated Content, 사용자 생성 콘텐츠) 국면이 전개되며, 콘텐츠 생태계는 참여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창작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팬아트·2차 창작·리믹스 등 팬 문화의 생산 속도와 규모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커뮤니티 활성화와 플랫폼 체류 시간, 팬덤 결속력도 함께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기업들도 이러한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전략을 재정립하고 있다. 하이브의 이재상 CEO는 2026년 신년사를 통해 AI 기반 프로슈머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강조하고, 팬이 창작하고 교류하는 ‘팬투팬(Fan-to-Fan)’ 모델을 제시했다. 카카오 역시 ‘사람 중심의 AI’와 ‘글로벌 팬덤 OS’를 2026년의 양대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슈퍼 IP(지식재산권)와 플랫폼, 온·오프라인 인터페이스를 결합한 통합 생태계를 구축해 전 세계 팬의 소통과 가치 창출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콘텐츠 기업은 우선 AI 기반 제작 역량을 확보하고, 데이터와 IP를 체계적으로 축적·활용하는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자체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글로벌 AI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핵심 모델과 제작 도구를 신속히 도입하고, 본업과의 시너지 및 수익화 가능성이 높은 AI 스타트업을 선별적으로 인수해 역량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유통 전략도 재설계해야 한다. AI 챗 인터페이스를 새로운 콘텐츠 유통 채널로 인식해 LLM(대규모언어모델) 플랫폼과의 제휴·연동을 확대하고, GEO 전략을 통해 구조화된 데이터와 신뢰도 높은 정보를 축적함으로써 AI 추천 생태계에서의 노출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한편 콘텐츠 공급이 급증할수록 플랫폼의 품질 관리와 사회적 책임도 중요해진다. AI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와 유해 콘텐츠 관리, 사용자 보호 체계의 구축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플랫폼의 신뢰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렇게 확보한 신뢰를 토대로 소비자와 팬덤이 콘텐츠의 생산·확산·수익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IP·크리에이터·팬덤이 결합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콘텐츠는 개별 작품을 넘어 이용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지속해서 확장·진화하는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다.
< AI 전환기에 요구되는 콘텐츠 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