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손짓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손짓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이 동맹국을 향해 사실상 ‘양자택일’을 요구할 예정이다. 중국과 밀접하게 협력할 경우 미국 중심의 AI 연합체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 보낼 AI 협력체 관련 서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의 ‘AI 기회 성명’에 서명한 35개국이 대상이다.

서한 초안에는 “모든 것에 속한다는 것은 아무것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팍스 실리카 선언 서명은 단순한 회원 가입이 아니라 약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기대와 충돌하는 다른 이니셔티브의 회원 자격과 병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해 출범시킨 팍스 실리카는 AI 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미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구상이다. 공동 투자와 수출 통제를 통해 중국 등 경쟁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다. 현재까지 미국과 중국의 AI 협력체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카자흐스탄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동맹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최근 중국이 자체 AI 진영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중국의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 설립 행사에 참석했고, 중국은 오픈웨이트 AI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AI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미국 기업의 폐쇄형 AI 모델에 맞서 접근성이 좋은 중국산 모델을 확산시켜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에 균열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AI 패권 경쟁은 반도체와 핵심 광물 등 공급망 전반으로 이미 번졌다.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중국은 이를 대미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 팍스 실리카를 통해 AI 모델뿐 아니라 반도체와 핵심 광물까지 하나의 동맹 체제로 묶으려는 이유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미·중 AI 경쟁이 기업 간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별 ‘진영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중국의 오픈웨이트 AI 모델이 빠르게 성능을 끌어올리며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미국 기업을 추격하자 미국도 공급망과 시장, 자원을 동맹국 중심으로 결집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