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를 뒤흔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열풍이 일본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홀딩스 주가를 2~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상장을 잇달아 추진하면서다. 일본에서는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가 허용되지 않지만 미국에서 먼저 상장한 뒤 일본으로 들여오는 ‘역상륙’ 가능성이 거론된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터틀캐피털매니지먼트와 프로셰어즈 등 미국 ETF 운용사 다섯 곳이 최근 키옥시아 연동 레버리지 ETF 상장 승인을 신청했다. 도요타자동차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운용사들이 일본 기업에 눈을 돌린 배경에는 한국에서 불붙은 반도체 레버리지 투자 열풍이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투자 열기도 한몫했다. 매슈 터틀 터틀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키옥시아에 대해 “다음 SK하이닉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처럼 키옥시아도 미국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주가지수 연동 레버리지 ETF만 허용되고 개별 종목형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미국에 상장된 ETF는 운용사가 일본 금융청에 신고하면 ‘외국투자신탁’ 형태로 판매할 수 있다. 터틀 CEO도 SEC 승인을 받으면 일본에서 해당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나타난 높은 증시 변동성이 일본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자는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지만 파생상품을 활용한 기계적 매매가 기초 종목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증시 관계자는 “개별주 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면 기초 종목뿐 아니라 지수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