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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기 판매대 의무인데…조례 있어도 주민센터는 '깜깜'
국기판매대 설치 의무 자치구 주민센터
현장 취재 결과 12곳 중 10곳 판매대 없어
조례로 국기판매대 설치 의무화했지만
현장선 판매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 허다
현장 취재 결과 12곳 중 10곳 판매대 없어
조례로 국기판매대 설치 의무화했지만
현장선 판매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 허다
조례에 '해야 한다' 써 있지만…태극기 판매대 안 보여
이들 자치구는 별도 조례를 통해 국기 판매대와 수거함을 설치·운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노원구 국기 게양 및 선양 등에 관한 조례의 제7조 1항에는 '구청장은 구민이 국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민원실 및 동 주민센터 등에 국기 판매대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강북구는 제7조, 영등포구는 제7조, 구로구는 제9조에서 각각 관련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21개 자치구는 국기판매대 설치·운영을 의무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관련 조례를 둔 자치구 상당수는 '국기판매대와 수거함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재량 규정을 두고 있다.
국기판매대 설치는 국무총리훈령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국기의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 제15조 2항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역주민들이 국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국기선양관련단체, 국기판매업체 등과 협의하여 소속기관의 민원실에 국기판매대를 설치ㆍ운영하거나 구내매점에서 국기를 판매할 것을 적극 권장하도록 한다'고 써 있다. 서울 일부 자치구는 이와 별도로 조례를 제정해 국기판매대와 수거함의 설치·운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구청 민원실·주민센터 등에 국기 판매대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국기 수거함도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주민들이 국기를 쉽게 구하고 처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 조례 목적엔 "태극기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해 올바른 국가관을 확립하고 애국심을 드높일 수 있도록 국기 게양 및 국기선양 사업의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현장 취재 12곳 중 '2곳'만 운영…"행정 일선에서 방치"
다른 곳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민센터를 찾아 여러 차례 문의한 끝에 태극기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다른 층 행정실로 안내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민원인 응대 공간을 '판매대'로 간주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쉽게 구할 수 없는 구조였다.
서울 노원구의 또 다른 주민센터에선 처음 마주한 공무원이 태극기 판매 사실을 알지 못해 안쪽에 있던 다른 직원에게 재차 문의해야 했다. 이 공무원은 태극기 판매 가격을 몰라 A4용지 여러 장을 뒤적인 끝에 "보급형은 5000원, 고급형은 만원"이라고 안내했다.
재고가 없는 곳도 적지 않았다. 구로구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은 "예전엔 태극기를 팔았는데 지금은 없다"고 말했다. "언제 재고가 떨어졌냐"고 묻자 물품보관소로 들어가 몇 분을 보낸 뒤 태극기 상자를 하나 들고 왔다. 그는 다른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가격을 물은 다음 6500원에 판매한다고 안내했다. 영등포구의 한 주민센터에서도 태극기 구매를 문의한 지 약 10분이 지나서야 실물을 볼 수 있었다. 영등포구의 또 다른 주민센터에선 "태극기에 곰팡이가 슬어 최근에 다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재고가 언제 다시 채워지냐는 말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국기 판매대·수거함을 모두 설치하고 별도로 번호표를 뽑지 않은 채 즉시 태극기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영등포구와 구로구에 있는 주민센터 각각 한 곳이었다. 판매대가 따로 없는 경우, 안내 데스크에 '태극기 판매'라고 적힌 안내말을 걸어 구매 희망자가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는 "국기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태극기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만든 자치구 조례가 정작 행정 일선에선 잊혀진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태극기의 중요성을 위해 조례를 만들어놨는데 주민센터조차 이 사실을 모르는 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