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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집은 바젤리츠, 그의 마지막 흔적을 마주하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세계 첫 회고전
오래·깊이 감상하도록 거꾸로 그린 거장
전쟁 담은 '나뉜 소 두 마리 I'·자소상 '1965'
휠체어 기대 그린 유작 '그보다 더' 꼭 봐야
광화문 세화미술관서 12월 27일까지 전시
오래·깊이 감상하도록 거꾸로 그린 거장
전쟁 담은 '나뉜 소 두 마리 I'·자소상 '1965'
휠체어 기대 그린 유작 '그보다 더' 꼭 봐야
광화문 세화미술관서 12월 27일까지 전시
세화미술관이 1년 넘게 작가와 준비해온 이번 전시는 공교롭게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세계 최초로 미술관에서 열리는 회고전이 됐다. 전시장에는 1966년 초기작부터 숨을 거두기 직전 완성한 유작까지 회화, 드로잉, 조각 46점이 나와 있다. 이 중 39점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거꾸로 그린 그림
안쪽에선 바젤리츠를 세계적인 화가로 만든 ‘거꾸로 그린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그는 1969년부터 대상을 뒤집어 그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이랬다. 사람을 그린 그림이 똑바로 걸려 있으면 관객은 ‘사람이구나’ 생각하고 지나친다. 하지만 거꾸로 걸면 무엇을 그렸는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대신 화가가 고른 색과 휘두른 붓질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과 추상에 밀려 회화가 한물간 매체 취급을 받던 시대에 그는 이렇게 ‘그린다는 행위’의 힘을 되살렸다. 바젤리츠는 캔버스를 작업실 바닥에 깔고 그 위를 돌아다니며 뒤집어진 그림을 그렸다. 멀리서 형상을 먼저 보고, 코앞까지 바짝 다가가 물감의 결을 들여다보면 바젤리츠가 추구한 회화의 힘을 두 눈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60년 넘게 화가의 곁을 지킨 아내 엘케 크레치머의 거대한 초상들도 이어진다. ‘프랑스에서의 엘케 II’(2019)는 물감을 바른 캔버스에 다른 캔버스를 겹쳐 찍어낸 그림으로 물감이 살점처럼 떨어져 나가는 듯한 거친 표면이 특징이다. 선우지은 전시기획팀장은 “이 초상들에는 아내의 모습과 작가 자신의 내면이 함께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그린 영웅, 금빛 끝까지
마지막 전시실에 들어서면 검은색 공간 속에서 금빛 작품들이 빛난다. 유작 ‘그보다 더’(2026)는 금박 바탕에 가는 선 몇 개로 자신과 아내의 부서질 듯한 노년의 몸을 그린 작품이다. 2층의 물감 덩어리 같은 엘케의 모습과는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약하다. 말년에도 바젤리츠는 휠체어에 의지해 가며 바닥에 깔린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화면에는 보행 보조기 자국이 그대로 남았다.
안미희 관장은 “세화미술관은 오피스 빌딩 안에 있는 미술관이라 층고가 낮은데 높이 3m짜리 대작들을 걸기 위해 천장을 뜯었다”고 했다. 그만큼 오랫동안 공을 많이 들여 준비한 ‘웰메이드 전시’다. 관람료는 일반 1만5000원, 전시는 오는 12월 2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