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홈플러스 강서점 오픈런 현장. /사진=박상경 기자
13일 홈플러스 강서점 오픈런 현장. /사진=박상경 기자
13일 홈플러스 강서점 오픈런 현장. /사진=박상경 기자
13일 홈플러스 강서점 오픈런 현장. /사진=박상경 기자
13일 오전 9시40분 서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 정식 재개장 소식을 듣고 오픈 전부터 몰려든 고객들로 입구부터 북적였다. 강서점에서 만난 70대 박모 씨는 "홈플러스가 문을 닫아 그동안 근처 NC백화점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며 "홈플러스에서 생필품을 많이 구매하곤 했는데 곧 복날이라 닭고기 등 복날 음식을 사러 왔다"고 했다.

오전 10시 영업이 시작되자 손님들이 계속 매장 안으로 밀려들었다. 입구에 준비해둔 쇼핑 카트가 순식간에 동났다. 미처 카트를 확보하지 못한 고객들이 맨손으로 매장에 입장하는 가운데 "카트 다 떨어졌으니 빨리 채워달라"는 직원들의 분주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카트를 미는 고객들 발길은 축산 코너로 몰렸다. 재개장 기념으로 한우 전 품목 최대 50% 할인, 한돈 삼겹살·목심 40% 할인 등 대대적 육류 할인 행사가 열린 덕분이다. 매대에 준비돼 있던 한우와 LA갈비가 불과 개장 8분 만에 동날 정도로 인기였다.
홈플러스에선 재개장 기념으로 한우 전 품목 최대 50% 할인, 한돈 삼겹살·목심 40% 할인 등 대대적인 육류 할인 행사가 열렸다. /사진=박상경 기자
홈플러스에선 재개장 기념으로 한우 전 품목 최대 50% 할인, 한돈 삼겹살·목심 40% 할인 등 대대적인 육류 할인 행사가 열렸다. /사진=박상경 기자
한 달 가까이 문을 닫았던 홈플러스는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해 사상 초유의 영업 중단 위기를 벗어나 이날 전국 67개 매장을 다시 열었다. 강서점에서 만난 60대 김모 씨는 "이마트가 4~5년 전 없어져서 근처에 남아있는 대형마트는 홈플러스밖에 없다. 재개장한다니까 반갑고 좋다"고 했다.

'북새통' 속 매대 메우기 흔적

하지만 '복날·반값 고기' 오픈런으로 북새통을 이룬 강서점 매장 안쪽은 정식 재개장일임에도 물량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흔적이 역력했다.

기존 'LIQUOR(주류)' 안내판이 걸린 매대에는 양주나 와인 대신 5000원~7000원짜리 중저가 의류가 걸려 있었고, 매장 안쪽 깊숙한 진열대는 수건과 빈 플라스틱 통 등으로 공간을 메워 넣은 상태였다. 3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안내선과 함께 굳게 막혀있었다.
주류 코너는 옷들로 채워져있었다. /사진=박상경 기자
주류 코너는 옷들로 채워져있었다. /사진=박상경 기자
식품 코너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밀키트 진열대에는 CJ제일제당·풀무원·오뚜기 등 주요 대형 제조사 제품이 눈에 띄었으나, 올리브유나 스파게티면 등 기초 식재료 코너는 여전히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 상품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과자 코너 또한 최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이색 신제품(우베맛, 옥수수맛, 메론맛 등) 대신 콘칩, 치킨팝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본 제품들 위주로 채워졌다.
홈플러스 강서점 1층. /사진=박상경 기자
홈플러스 강서점 1층. /사진=박상경 기자
1층 임대 매장들은 패션 브랜드 탑텐이 이미 철수해 자리가 비어있거나 이불이 덮여 있었고, 정리 세일 현수막이 나걸렸다. 현장 수급 상황을 점검하던 홈플러스 관리 직원들 사이에선 "오늘 막 동나서 내일은 또 팔 게 없는 거 아니냐"며 걱정 섞인 목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반값 행사 끝나면 어쩌나"

홈플러스 합정점은 비교적 한산했다. /사진=박상경 기자
홈플러스 합정점은 비교적 한산했다. /사진=박상경 기자
강서점이 '반값 세일'로 활기를 띤 반면 오전 11시께 방문한 홈플러스 합정점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주중 이른 아침임을 감안해도 강서점에 비하면 확실히 한산했다.

인근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모 씨 장바구니에는 계란 30구와 홈플러스 PB 오렌지주스, 돼지고기가 있었다. 김 씨는 "영업을 안 하는 동안에는 쿠팡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대용량이 부담될 때는 동네 작은 슈퍼마켓을 이용했었다"며 "재오픈 소식을 듣고 계란을 사러 왔는데 여전히 곳곳에 빈 매대가 보인다"고 말했다.

한 현장 직원은 "그래도 오늘은 정식 재개장이라 평소보다 손님이 좀 있는 편"이라면서도 "이마트나 다른 마트에서도 고기 할인을 시작한다는데 손님들이 그리로 이동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할인이 끝나고 난 뒤'가 관건

이날 강서점에는 정식 재개장에 맞춰 정치권과 노사 관계자들도 총출동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이사와 안수용 마트노조 지부장은 '노사공동상생메시지'를 발표하고 조기 정상화를 다짐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해 카트를 끌며 '장보기 캠페인'을 벌였다. 기자회견에 나선 김남근 의원은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은 법원 결정이 나오면 손을 털고 나갈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며 "9월4일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까지 홈플러스가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상경 기자
사진=박상경 기자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주요 경쟁력은 풍부한 상품을 둘러보는 '쇼핑의 경험'에 있다"며 "가오픈에 비해 물량을 늘리려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빈 매대와 단조로운 상품군을 온전히 채워 넣어 소비자들이 지속해서 찾게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조언했다.

홈플러스는 복층 매장의 단층화, 자체브랜드(PB) 상품 및 회전율 높은 생필품 중심의 효율적인 매장 구조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인 다음달 4일까지 실질적인 정상화 기반과 매각 모멘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영업 중단 여파를 딛고 다시 불을 밝힌 홈플러스가 '조기 정상화'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파격 할인 행사 이후에도 매장을 찾는 수요를 확보하고 물량을 소화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