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만5000개 딜러사를 거느린 미국 양대 자동차 딜러협회가 중국차 수입을 원천 봉쇄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중국이 저가 전기차 밀어내기에 나서면 미국 자동차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와중에 자동차 관련 협회가 추가 규제를 요구한 건 그만큼 중국차의 저가 공세가 매섭다는 의미다. 대중국 관세 8%를 제외하고 별다른 무역 장벽이 없는 한국 역시 산업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약탈적 수출로 시장 장악”
13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 대로 미국국제자동차딜러협회(AIADA) 회장은 최근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 자동차 회사가 정부 보조금과 과잉 생산 등 약탈적 수출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들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9400여 개 딜러사가 소속된 AIADA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딜러 협회다. 이들은 이달 초부터 중국 자동차업체의 시장 진입을 반대하는 ‘노 차이나 오토스’ 캠페인에 들어가는 등 관련 입법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1만6000개 딜러사가 속해 있는 미국 최대 자동차딜러협회(NADA) 역시 지난 4월부터 중국차 수입 금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가 ‘중국차 원천 봉쇄’에 나선 것은 전기차 기술과 가격 경쟁력에서 미국 기업이 확연히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업체들은 미국을 뺀 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중국계 자동차업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9.9%로 5년 전(18.0%)보다 11.9%포인트 급등했다. 배터리와 부품, 조립 등 전 과정을 내재화한 중국 메이커가 저가 전기차를 쏟아낸 결과다. 여기에 중국 내수 판매가 급감하자 중국 완성차 업체가 재고를 해외로 저가에 밀어내면서 각국의 대중국 관세 효과가 사실상 상쇄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통상 장벽을 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2.5% 관세에 더해 100% 추가 관세를 부과 중이다. 중국 자본이 1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생산한 커넥티드카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도 최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됐다. EU도 최고 45.3%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아시아, 비EU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 완성차 점유율이 낮은 배경으로 꼽힌다.
◇8% 관세 외엔 장벽 없는 한국
한국은 중국 완성차 업체의 침투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한국은 중국 자동차에 8% 관세만 적용 중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생산한 자동차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붙지 않는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대상에서 전기차가 제외되며 전략 지원 산업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사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3.9%로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고강도 조치로 중국차의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음에도 더욱 강력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강력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