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성장동력 7대 시드(SEED) 보고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양자컴퓨터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성장동력 7대 시드(SEED) 보고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양자컴퓨터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정부가 ‘미래성장동력 7대 시드(SEED)’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건 인공지능(AI) 시대에 경제·안보 측면에서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20~30년 후 국가 전략자산 역할을 할 ‘제2 반도체’ 육성에 씨앗(seed)을 미리 뿌리겠다는 차원이다. 이날 발표된 구상의 목표 달성 시점은 대부분 10년 후, 길게는 20년 후다.

◇SPC 세워 민관 합동 투자

10년 후 커질 '제2 반도체' 육성…정부도 리스크 부담
정부가 선정한 7대 성장동력은 소형모듈원전(SMR),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핵심광물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첨단 분야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산업이 마련해준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AI 시대 그다음 먹거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SEED는 ‘파괴적 혁신을 위해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성장 엔진(Strategic Emerging Engines for Disruptive innovation)’을 뜻하는 영문의 약자다. 씨앗을 뿌린다는 의미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뿌린 첨단 기술의 씨앗이 미래에는 거대한 나무로 자라 새로운 메가 프로젝트로 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원전인 SMR은 내년 민관 합동으로 상세 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특히 수십 년간 핵연료 교체가 필요 없는 비경수형 SMR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정부와 민간이 함께 투자하는 방식의 개발을 추진한다. 현재 이뤄지는 SMR 개발은 대부분 경수형이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비경수형 SMR 개발을 병행한다.

태양에너지 생성 원리를 구현해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기술도 2040년대 상용 전력 공급을 목표로 개발을 가속화한다. 이 역시 SPC에 민관이 공동으로 투자해 2035년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를 건설하는 게 목표다. 이 대통령은 SPC를 통한 투자에 대해 “정부가 위험은 우선 부담하고, 향후 성공 시 후순위로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는 10년 내 양자 칩 제조 역량 글로벌 톱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 민간 주도의 달 착륙선을 발사하고 2035년까지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하는 것도 목표다.

◇‘전략자산’ 반도체 이을 씨앗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프로젝트는 정부가 첨단기술 개발의 리스크를 일정 부분 부담하기로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SPC를 세워 개발을 촉진하는 이른바 ‘투자형 연구개발(R&D)’ 방식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SEED 프로젝트 목표 중 하나는 정부가 기술 개발의 리스크와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배 부총리는 민관 합동으로 구성되는 미래개척추진단을 이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핵심광물 공급망과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구축에 대해 “그동안 전문 분야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방치돼왔다”며 “정책 역량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I 시대 ‘K반도체’ 경쟁력의 중요성이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확인된 만큼 정부의 미래성장동력 확보 의지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호황이 되레 한국 경제를 네덜란드병(특정 산업에 집중해 다른 산업은 경쟁력을 잃는 현상)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17일 만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오늘의 주력산업에서 벌어들인 자본이 내일 돈을 벌 산업으로 흘러가야 한다”며 “그래야 특정 산업의 호황과 불황에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두꺼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