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시원 호실에 책상 등 학습시설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한 규정을 11년 만에 폐지한다. 욕조 설치 금지 규정도 없앤다. 서울에 15만5000여 실에 달하는 고시원을 1인 가구 주거 공간으로 활용해 도심 전·월세 부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고시원을 도심 내 1인 가구 주거 형태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에는 약 5150곳, 15만5000여 실의 고시원이 있다.
2015년 12월 제정된 고시원 기준은 호실별 취사시설과 욕조 설치를 금지하고 그 대신 학습시설을 의무화했다. 고시원이 원룸형 주거시설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욕실에는 샤워부스만 설치할 수 있었다.
개정안은 이 가운데 학습시설 의무 조항을 삭제하고 욕조 설치 금지 규정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시원을 ‘공부하는 공간’으로 규정해 온 건축 기준상 성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에서 개별 화장실을 갖춘 고시원은 전용면적 9㎡ 이상으로 지어야 하는데, 앞으로는 욕조 설치도 가능해진다.
고시원은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분류돼 오피스텔, 기숙사와 함께 주거 기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건축 기준은 학습시설 중심 틀에 묶여 있었다. 국토부는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변화에 따라 고시원이 주거 공간으로 활용되는 현실을 반영해 안전과 무관한 항목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이른바 ‘프리미엄 고시원’ 공급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고급 고시원이 늘고 있지만 욕조 설치가 불가능해 소형 오피스텔과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빌라 등 비아파트 신축이 위축된 상황에서 인허가가 비교적 간단한 고시원이 도심 소형 주거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시원은 같은 건축물에서 해당 용도 바닥면적 합계가 500㎡ 미만이면 제2종 근린생활시설, 그 이상이면 숙박시설로 분류된다. 2종 근린생활시설에 해당하면 주거지역에도 건축이 가능해 도심 자투리 부지 활용에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