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냉장고 한대 값…"선 넘었다" 초유의 상황에 비명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싹쓸이 현상이 글로벌 정보통신(IT)·가전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완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칩플레이션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의 물가 부담은 물론 기업들의 부품 조달 체계마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메모리 원가 비중 10%→40% 폭등

스마트폰과 PC 등 주요 IT 기기의 원가 압박은 이미 임계점에 다달았다. 1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18 프로의 부품원가(BOM)는 전작 대비 최대 4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원가 폭등의 핵심 원인은 메모리다. 아이폰 프로의 전체 부품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3분기 약 10%에서 올 3분기 약 34%, 내년 1분기엔 40%를 돌파할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디스플레이 패널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제치고 메모리가 가장 비싼 부품으로 등극한 것이다.

아이폰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아이폰18 프로의 출고가는 전작 대비 200~300달러 인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망이 현실화되면 프로 및 프로 맥스의 가격은 각각 최대 1399달러(약 197만 원), 1499달러(약 211만 원)에 달하게 된다. 애플은 이미 지난 6월 맥과 아이패드, 비전 프로 등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삼성전자도 올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 S26 시리즈 가격을 전작 대비 모델별로 10만~20만원 인상했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 Z 폴드8 역시 출고가를 전작 대비 10만원 이상 인상했다.

○"노트북도 이젠 싯가 거래"

소비자 가격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노트북 등 IT 기기 조달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기업들은 IT 기기 제조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맺고 일정 가격에 제품을 안정적으로 수급해왔으나, 가격 폭등세를 견디지 못한 제조사들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한 기업의 구매 담당자는 "최근 국내 제조사와 맺었던 PC 장기공급계약이 파기됐다"며 "제조사 측에서 '작년 가격으로는 도저히 물량을 대줄 수 없다'며 계약을 취소하고, 원자재처럼 실시간 시세를 반영한 단가 계약을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R&D용 노트북 등 사양이 이미 정해진 업무용 기기조차 선제적 예산 수립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수급 불균형과 칩플레이션 현상이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공급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이 급격히 축소됐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이 메모리 칩플레이션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구매를 미루기보다,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PC·서버·스토리지 조기 구매에 나서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도 "향후 2년 동안 메모리 시장의 수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며 수요 전망치도 추가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AI 붐이 부른 메모리 부족 현상이 글로벌 기업의 비용 부담과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적 장기 악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강해령/노유정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