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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친일파 후손" 전범선 고백…하영 논란에 강동원·이지아까지 '재조명' [이슈+]
광복절 앞두고 연예계 친일 논란으로 '시끌'
하영 증조부 친일 의혹 부인했다 번복
전범선부터 강동원·이지아 선례 재조명
하영 증조부 친일 의혹 부인했다 번복
전범선부터 강동원·이지아 선례 재조명
시발점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발언이었다. 하영은 최근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증조할아버지가 일본 유학 후 한양 최초로 서양식 병원을 개원했으며 고종 황제를 진료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인물이 일제강점기 당시 의사로 활동한 안상호라는 추정이 확산했고, 누리꾼들은 그가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 등과 진행한 과거 인터뷰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안상호는 1918년 12월 10일자 매일신보 인터뷰에서 "나는 일본인과 같아 옷도 일본 의복을 입고 아내도 일본 여자다. 식생활도 모두 일본식으로 하며 두루마기 한 벌조차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집에서 조선 말을 안 써 아이들도 자연히 조선 말을 모른다"고도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하영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일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인 것은 맞으나 친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냈다. 그러나 추가 의혹이 제기되자 불과 하루 만인 11일 공식 입장을 통해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성급한 해명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번 사태에서 대중이 가장 거세게 반발하는 지점은 조상의 과거 행적에 대한 면밀한 검증 없이 '4대째 의사 가문' 및 '엘리트 집안'이라는 타이틀을 방송용 홍보 수단으로 소비했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축적된 기득권과 부가 후손의 명문대 진학 등 엘리트 코스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하는 까닭이다.
더욱이 소속사 측의 안일한 초동 대처는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역사의식과 사실관계 확인이 결여된 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가 하루 만에 인정한 모습은 대중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라이징 스타로서 입지를 다져가야 할 중요한 시점에 리스크 관리의 치명적인 허점을 노출한 셈이다.
◇ 친일 가족사 마주했던 연예계 선례들…고개 숙이거나 직면하거나
전범선은 "어느 날 어머니가 방에 들어와 '네 집안이 어떤 집안인 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며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고백했다. 이후 그는 이인직의 소설을 전부 찾아 읽으며 개화적 문제의식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이인직이 명백한 친일 행위를 저지른 인물이라는 점을 단호하게 짚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친일파 후손은 덕을 본다고 하지만, 이인직이 일본인 여성과 재혼하며 우리 가족은 버림받은 집안이었다"며 "친일파 할아버지를 다룸으로써 본인부터 치유하는 과정을 거쳐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그는 가정의 역사적 과오를 회피하거나 숨기지 않고 성찰의 소재로 삼았다.
이지아는 "2011년 기사를 통해 처음 접한 후 민족문제연구소를 여러 차례 방문해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공부했다"며 "조부의 헌납 기록을 확인했고, 당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부의 역사적 과오를 깊이 인식하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후 강동원은 말 대신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진심을 증명했다.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1987'에 고(故) 이한열 열사 역으로 출연하며 "빚을 갚는 심정"으로 연기에 임했고, 촬영 전후로 유가족을 직접 찾아가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측에 익명으로 2억원을 후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물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2022년 별세했을 당시 빈소를 홀로 찾아 애도하는 등 진심을 다한 행보를 보였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하영은 예정됐던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 측은 오는 14일 진행 예정이던 하영의 라운드 인터뷰를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11일 밝혔다. 당초 작품 이야기와 라이징 스타로서의 소회를 밝히는 자리가 될 예정이었으나, 친일 논란에 대한 질의가 집중될 것을 의식해 결국 고개를 숙이고 일정을 철회한 모양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