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발전설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지난 4월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시장에 뛰어든 지 약 4개월 만에 대형 사업 두 건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HD현대重, 美 빅테크에 1조 발전설비 공급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 기업인 코반에너지그룹과 1000메가와트(㎿) 규모 발전설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계약 금액은 9560억원이다. HD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9.6㎿급 ‘힘센’ 엔진을 기반으로 한 발전설비를 미국 인공지능(AI)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에 공급한다.

코반에너지그룹에 납품할 제품은 산업용 발전 엔진이다. 발전 엔진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다. HD현대중공업은 주력인 선박용 엔진에서 쌓은 기술 경쟁력을 AI 데이터센터 분야로 확장해 관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 효율을 갖췄고, 고출력·고효율 성능을 바탕으로 24시간 운용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HD현대중공업의 역대 최대 발전용 엔진 공급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사는 파트너십을 이어가면서 후속 사업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은 4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 기업인 AEG와도 6271억원 규모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넉 달 새 1조5831억원어치를 수주한 것으로,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의 올 상반기 매출(1조8311억원)에 근접한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용 발전 엔진 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에 협업 문의가 잇따르는 것은 힘센엔진의 기술력과 신뢰성이 입증됐다는 증거”라며 “발전설비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해 입지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패권을 잡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수요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에 따르면 미국 전체 전력 수요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 최대 17%로 현재보다 세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다른 HD현대 계열사들 역시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바다에 띄우는 부유식 데이터센터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섰다. HD현대일렉트릭과 HD현대마린솔루션은 배전·전력기기 공급, 발전용 엔진 유지·보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