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의 일침…"보험업계, 사냥꾼형 영업 벗어나야"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사진)이 신계약과 설계사 확보에 치중해온 보험업계의 영업 관행에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과도한 수수료 경쟁으로 생명보험 산업이 ‘머니게임’으로 변질됐다며 단기 실적을 좇는 ‘사냥꾼형’ 영업에서 고객의 계약을 끝까지 관리하는 ‘농부형’ 영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장은 지난 7일 서울 종로 교보생명빌딩에서 열린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대부분 보험회사가 가입 고객에 대한 유지서비스는 소홀히 하면서 신계약 매출 실적을 위해 과도한 수수료·시책 경쟁과 설계사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며 “그 결과 불완전판매와 승환계약, 고아계약이 양산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판매수수료와 시책을 앞세운 설계사 영입 경쟁이 이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 설계사가 회사를 옮기며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승환계약이나, 계약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른바 고아계약 등이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사업비 지출은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을 키워 보험사의 기업가치와 배당 여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신 의장은 보험설계사 판매수수료 규제 강화를 이 같은 관행을 바꿀 계기로 봤다. 그는 “지난달 시행된 GA 설계사 판매수수료 ‘1200%룰’(설계사에게 주는 첫해 모집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규칙) 규제에 이어 내년 1월 시행되는 판매수수료 분급기간 확대는 단기 실적 위주의 폐해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머니게임으로 전락한 생명보험 산업을 다시 ‘이웃사랑 이야기’로 되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수수료 분급제는 보험상품 판매 직후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몰아 지급하는 관행을 바꾸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판매 후 1년 이내에 대부분 지급하던 수수료를 내년부터 4년, 2029년부터는 7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단기 신계약을 반복적으로 확보하는 것보다 기존 계약을 유지·관리할 유인을 높이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영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신계약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설계사와 영업조직의 주요 성과 지표였다면, 앞으로는 계약 유지율과 설계사 정착률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계약이 장기간 유지돼야 설계사 역시 수수료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의장이 이날 사냥꾼형과 농부형 설계사라는 표현을 꺼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신 의장은 “신계약을 많이 가입시키는 사냥꾼형 보험설계사가 아니라 고객을 완전가입시킨 후 질병이나 사고로 보험금을 받을 때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농부형 설계사를 꾸준히 확보·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 가입부터 계약 유지, 보험금 지급까지 책임지는 ‘고객보장 완주’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