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직의 법조 인력 이탈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수사 경력을 바탕으로 법무법인으로 향하는 경찰이 늘고 있는 데다 중대범죄수사청까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면서 핵심 수사 인력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변호사 경력채용 제도로 입직한 경찰관이 지난해 말 201명에서 이날 기준 208명으로 7명 순증하는 데 그쳤다. 상반기 17명을 추가 채용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만 최소 10명의 변호사가 떠난 것이다. 사법고시, 법학전문대학원 등 경로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100여 명의 경찰관까지 포함하면 집계되지 않은 퇴직자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 내 변호사 퇴직자는 2021년 8명에서 2024년 29명, 지난해 32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경찰의 올해 변호사 경력 채용 인원은 상·하반기를 합쳐 70명으로 역대 최다다. 적극적인 변호사 모시기에도 이탈이 늘어나는 배경으로는 승진 적체가 꼽힌다. 총경 승진 문턱이 높은 데다 계급정년 부담도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변호사 자격 보유자를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인력’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어 승진에서 오히려 불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수청도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정부는 검사와 검찰수사관에게 중수청 전직 기회를 우선 부여하고 부족한 인력은 경찰, 변호사, 회계사로 채울 예정이다. 부패, 경제, 금융, 마약, 사이버 등 중대범죄 수사 경험과 변호사 자격을 동시에 갖춘 경찰관은 중수청 입장에서도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다.
경찰도 법조 인력을 붙잡기 위해 별도 승진 정원을 배정하는 등 인사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수청의 구체적인 직급과 처우가 경찰보다 유리하게 설계되면 이탈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국가수사본부와 시·도 경찰청 광역수사단 등에서 복잡한 법리 검토와 영장 작성, 혐의 적용 등을 담당하는 핵심 인력이기도 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중수청에서 경력과 처우를 더 인정해준다면 이동을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 로펌으로 갈 중간다리로도 여겨져 벌써부터 중수청이 ‘경력관리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