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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우 "악마의 유혹 넘어서는 순애…깊어진 왕자의 내면 보여줄 것"
인터뷰 - 유니버설발레단 임선우
1대 '어린 빌리'에서 수석무용수로
14·20일 발레 '백조의 호수' 주역
1대 '어린 빌리'에서 수석무용수로
14·20일 발레 '백조의 호수' 주역
‘어린 빌리’란 경험은 발레리노 임선우에게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됐다. 탭댄스, 현대무용, 피아노 위 덤블링까지 접하며 몸의 움직임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세밀한 대사·숨소리 분석을 통해 캐릭터에 몰입하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장기 공연을 이끌어본 경험은 살면서 어떤 시련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백조의 호수 공연장을 찾아주실 관객분들 중에서도 빌리의 추억을 함께 느끼실 분들이 계실 텐데, 그 울림을 가지고 이번 발레 무대도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작년 솔리스트로서 무사히 지그프리드 데뷔전을 치러냈던 그는 오는 14일과 20일, 올해 수석무용수로서 다시 이 무대에 오른다. 그가 해석하는 지그프리드 왕자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작정하고 속이려 덤벼드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버린 가여운 존재죠. 흑조와의 파드되(2인무)가 끝나고 썩은 꽃이 눈앞에 던져졌을 때의 절망감, 숲속에서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모습 등을 절절히 그리고 싶어요. 백조에게 용서를 구하러간 뒤 결투 끝에 악마를 처단하는 모습을 보면 그 안에 복잡한 감정과 진한 순애가 있어요.”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마린스키 스타일의 엄격함과 우아함이 살아있다. 지그프리드 왕자로서 군무 속에서도 눈에 띄는 기품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다름 아닌 ‘상체의 언어’였다. “걸어가거나 뛰어다닐 때도 차분하게 한 걸음씩 옮겨요. 머리카락 끝까지 세우는 기분으로 ‘풀업(Pull-up)’ 상태를 유지합니다. 발레에서 하체가 동작을 전달하는 ‘동사’라면, 상체는 그것을 풍성하게 꾸며주는 ‘형용사’예요. 팔꿈치와 손끝의 연결을 연구하면서 상체 움직임을 부드럽고 길게 가져가려고 노력합니다.”
대사도, 노래도 없는 예술이지만 그는 말없는 발레의 힘을 믿는다. “오딜(흑조)과 춤출 때는 왕자가 가장 신나고 행복한 순간이라 에너지 넘치게 즐길 수 있다면, 오데트(백조)와의 아다지오는 처절하고 느린 음악일수록 보여지는 시간이 길어 신경 쓸 게 정말 많아요. 제 무대를 보신 뒤 가슴속에 깊은 여운과 따뜻한 추억을 안고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