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63빌딩 '63 스카이피크닉'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권 아파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63빌딩 '63 스카이피크닉'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권 아파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최근 100억원의 부동산 양도차익을 거두고도 수억원대 세금만 내는 것은 최고 49.5%의 세율을 부담하는 근로소득자와 비교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습니다. 조세 정의와 부의 재분배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의식입니다. 다만 부동산 세제를 설계할 때는 근로소득과 자본이득의 성격 차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득과 자산은 경제학적으로 다른 성격을 지닙니다. 근로소득은 매년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흐름’의 소득입니다. 반면 자산은 이미 과세를 거친 소득이 오랜 기간 축적된 ‘저장’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양도소득은 수년 또는 수십년간 자산에 누적된 가치가 매각이라는 한 번의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소득입니다.

100억원의 부동산 양도차익도 한 해 동안 새로 벌어들인 근로소득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과거 소득으로 형성된 자산이 물가 상승, 입지 변화, 도시 성장, 시간의 흐름을 거치며 가치가 달라진 결과입니다. 여기에 근로소득과 동일한 방식의 고율 누진세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과세 형평성 논의와 별개로 거래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고복지·고세율 국가로 알려진 북유럽 사례도 참고할 만합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은 근로소득에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하지만 자본이득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이원적 소득세제를 운용해왔습니다.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의 성격, 자본 이동성, 시장 유동성 등을 함께 고려한 제도입니다.

이들 국가가 자본이득세를 별도로 다루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자본은 이동성이 높고 세 부담이 과도해지면 거래를 미루거나 보유를 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부동산 양도세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자산가들은 집을 팔기보다 계속 보유하거나 증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장에 나올 매물을 줄이는 ‘매물 잠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제의 목적이 조세 형평성에 있다면 그 효과도 함께 봐야 합니다. 자본이득에 대한 과도한 과세가 실제로는 부의 재분배보다 거래 감소를 먼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물이 줄면 시장 유통 물량이 감소하고,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는 가격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 부담은 결국 무주택자와 청년 세대에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자본이득세를 무조건 낮추자는 뜻은 아닙니다. 부동산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합당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원칙은 중요합니다. 다만 세율을 높이는 방식만으로 주택시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신중해야 합니다. 세금은 시장을 바로잡는 장치일 수 있지만, 동시에 거래를 막고 공급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세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중립성과 예측 가능성입니다. 시장 참여자가 세제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 거래가 이뤄지고, 거래가 이뤄져야 가격 발견도 가능합니다. 양도세 부담이 과도하거나 제도가 자주 바뀌면 매도자는 시장에 나오지 않고 매수자는 의사결정을 미루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수 확보도, 주거 안정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세제 논의는 감정적 구호보다 제도의 작동 방식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근로소득과 자본이득을 단순 비교해 세율 형평성만 따지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실제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양도소득세는 소득세의 성격을 갖지만, 동시에 자산 거래와 시장 유동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세금입니다.

앞으로의 세제 개편 논의는 자산가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의 문제를 넘어 시장 전체의 유동성과 주거 안정 효과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자본이득에 대한 적정 과세, 실거주자 보호, 거래 정상화, 세수 안정이라는 목표를 균형 있게 놓고 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부동산 세금은 많이 걷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거래가 막히지 않고 시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조세 정책의 역할입니다. 근로소득과 자본이득의 차이를 인정한 뒤 그에 맞는 합리적인 과세 체계를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